기술이 경제·국가안보라는 것 체감
정부, 국제협동 통해 개발한다지만
주요국은 인재 유출방지 적극 대처
재외 청년 연구자 별도 기금 만들고
안정적 지원하는게 미래지향 정책
바이든 대통령은 11월16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우리는 중국과 경제 관계에서 분리(decoupling)가 아니라 위험을 줄이면서(derisking) 다변화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시진핑 주석은 미국 주요 경영진에게 "친구가 될 준비가 됐다"며, "디커플링과 공급망 중단은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번 APEC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미국이나 그 동맹들이 디커플링이 아니라 디리스킹을 강조하고 있는 점이다. EU도 지난 6월 경제안보가 우선이라면서, 공급망의 중국 의존을 경감하는 대책으로 디리스킹 개념을 내세웠다. 그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 이후 유지되어온 대중 정책에 일부 변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미국은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한 기술과 분야에 대한 보호조치를 해제할 생각이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월 '우려국에 대한 대외투자를 규제하는 행정명령'을 공포하였다. 행정명령은 반도체 및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양자 정보기술, 인공지능 분야에서 미국의 대외투자를 제한하도록 했다. 미국으로부터의 해외투자가 중국 등의 군사력에 이용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정책이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핵심은 첨단기술이다. 최첨단 기술을 장악하는 자가 세계의 최강자가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역시 국가안보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사이버보안, 기술, 에너지·식량안전보장에 대해서는 경제 안보의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2022년 5월 제정한 경제안전보장추진법을 토대로 정책을 집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서플라이 체인 강화, 기반 인프라의 공급망·사이버 보안, 민관 기술 협력, 특허 출원의 비공개 제도를 구축하고 있다. 일본은 해양, 우주항공, 영역 횡단·사이버 공간, 바이오의 4개를 특정하고, 이들 기술을 육성하기 위해 파격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지난 1년간 1차 과제 20개에 1천824억엔, 10월20일 발표한 제2차 연구과제는 13개에 1천500억엔을 투자하고 있다. 일본이 JST와 NEDO를 통해 최근 1년간 공모된 4개 분야의 연구비만 3조원에 이른다.
세계의 주요국이 첨단기술의 개발에 전력을 다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기술이 경제이고, 국가안보라는 것을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첨단기술의 개발에는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시장경제의 메커니즘에만 맡겨서는 첨단기술에 대한 투자와 보호가 불충분해지기 쉽다. 첨단기술의 개발이나 보호에 정부가 선도해야 하는 이유다. 주요국은 첨단분야 연구에 대한 리스크를 정부가 우선 부담한다. 그리고 지식과 경험을 가진 기업과 대학 등의 제휴를 통해 기술개발을 강력하게 추진한다. 과연 삼성이나 포스코 등이 갖고 있는 국가핵심기술이 없어도 세계가 한국을 우대할 것인가. 첨단기술과 국가 핵심기술이 없다면,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확고한 지위를 확보할 수 없다.
그런데도 R&D 예산을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다. 내년 R&D 예산이 25조9천억원으로, 5조2천억원 삭감됐다. 야당은 단독으로 8천억원을 증액하였다. R&D 예산이 여야의 정쟁 거리가 된 현실을 보면서 생각한다. R&D를 카르텔 척결이나 연구자들의 일자리 차원에서 접근하는 국가가 있는가. 정부는 국제협동연구나 외국인 과학자의 유치를 통해 기술을 개발한다고 한다. 하지만 주요국은 인재의 유출 방지에 적극 나서고 있다.
APEC 간 윤석열 대통령은 '재미 한인 미래세대와의 대화'에서 R&D 예산의 대폭 삭감은 청년 연구자 등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위한 질적 개선과 구조조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청년 연구자가 도전할 영역과 국가 핵심기술은 차원을 달리한다. R&D나 연구생태계가 청년 연구자들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재외 청년 연구자들을 위해서는 별도의 기금을 만들고, 그것을 통해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미래지향적 정책이다. 과학과 첨단기술 그리고 R&D 정책은 기존의 과학자와 연구자와 함께 추진해야 한다. 그들이 경제 안보의 중심축이라는 사실을 직시할 때 올바른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정부, 국제협동 통해 개발한다지만
주요국은 인재 유출방지 적극 대처
재외 청년 연구자 별도 기금 만들고
안정적 지원하는게 미래지향 정책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
그러나 미국은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한 기술과 분야에 대한 보호조치를 해제할 생각이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월 '우려국에 대한 대외투자를 규제하는 행정명령'을 공포하였다. 행정명령은 반도체 및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양자 정보기술, 인공지능 분야에서 미국의 대외투자를 제한하도록 했다. 미국으로부터의 해외투자가 중국 등의 군사력에 이용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정책이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핵심은 첨단기술이다. 최첨단 기술을 장악하는 자가 세계의 최강자가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역시 국가안보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사이버보안, 기술, 에너지·식량안전보장에 대해서는 경제 안보의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2022년 5월 제정한 경제안전보장추진법을 토대로 정책을 집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서플라이 체인 강화, 기반 인프라의 공급망·사이버 보안, 민관 기술 협력, 특허 출원의 비공개 제도를 구축하고 있다. 일본은 해양, 우주항공, 영역 횡단·사이버 공간, 바이오의 4개를 특정하고, 이들 기술을 육성하기 위해 파격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지난 1년간 1차 과제 20개에 1천824억엔, 10월20일 발표한 제2차 연구과제는 13개에 1천500억엔을 투자하고 있다. 일본이 JST와 NEDO를 통해 최근 1년간 공모된 4개 분야의 연구비만 3조원에 이른다.
세계의 주요국이 첨단기술의 개발에 전력을 다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기술이 경제이고, 국가안보라는 것을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첨단기술의 개발에는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시장경제의 메커니즘에만 맡겨서는 첨단기술에 대한 투자와 보호가 불충분해지기 쉽다. 첨단기술의 개발이나 보호에 정부가 선도해야 하는 이유다. 주요국은 첨단분야 연구에 대한 리스크를 정부가 우선 부담한다. 그리고 지식과 경험을 가진 기업과 대학 등의 제휴를 통해 기술개발을 강력하게 추진한다. 과연 삼성이나 포스코 등이 갖고 있는 국가핵심기술이 없어도 세계가 한국을 우대할 것인가. 첨단기술과 국가 핵심기술이 없다면,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확고한 지위를 확보할 수 없다.
그런데도 R&D 예산을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다. 내년 R&D 예산이 25조9천억원으로, 5조2천억원 삭감됐다. 야당은 단독으로 8천억원을 증액하였다. R&D 예산이 여야의 정쟁 거리가 된 현실을 보면서 생각한다. R&D를 카르텔 척결이나 연구자들의 일자리 차원에서 접근하는 국가가 있는가. 정부는 국제협동연구나 외국인 과학자의 유치를 통해 기술을 개발한다고 한다. 하지만 주요국은 인재의 유출 방지에 적극 나서고 있다.
APEC 간 윤석열 대통령은 '재미 한인 미래세대와의 대화'에서 R&D 예산의 대폭 삭감은 청년 연구자 등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위한 질적 개선과 구조조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청년 연구자가 도전할 영역과 국가 핵심기술은 차원을 달리한다. R&D나 연구생태계가 청년 연구자들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재외 청년 연구자들을 위해서는 별도의 기금을 만들고, 그것을 통해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미래지향적 정책이다. 과학과 첨단기술 그리고 R&D 정책은 기존의 과학자와 연구자와 함께 추진해야 한다. 그들이 경제 안보의 중심축이라는 사실을 직시할 때 올바른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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