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여건 열악한' 서해5도
결항률 30.5% '울릉도보다 많아'
백령 대형카페리 1년 넘게 중단
연평 두달 가까이 왕복 1회로 축소
유지됐던 일일생활권도 물건너가
6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용기포여객터미널에 기상악화로 인한 여객선의 통제 알림이 부착되어 있다. 2023.12.6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
유정복 인천시장이 접경지역 안보 점검과 주민 소통 차 6일 계획한 연평도 방문이 무산됐다. 당초 유 시장은 이날 오전 연평도에 들어가 오후 배편으로 돌아오는 일정을 계획했지만, 기상 악화로 오후 배편이 통제되면서 방문 일정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날씨에 따른 여객선 운항 통제는 유 시장이 1년에 1~2차례 겪는 일이지만 연평도와 백령도 등 서해 5도 주민들에겐 일상이다. 특히 바람이 세고 물결이 높은 겨울철에 배가 뜨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인천 중구에 있는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소청·대청도를 거쳐 백령도까지 뱃길은 228㎞, 왕복 소요 시간은 9시간에 달한다. 인천항과 백령도 용기포항을 오가는 여객선의 전체 결항률(2022년 기준)은 36.4%로, 2~3일에 1번꼴로 뱃길이 끊겼다. 같은 기간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과 연평도를 오가는 배편 결항률은 21.1%, 서해 5도 전체 결항률은 30.5%로 나타났다.
피해는 고스란히 섬 주민이 입는다.
지난해 백령도 배편의 전체 이용객 32만5천840명 가운데 33.4%(10만8천854명)가 섬 주민으로 집계됐다. 연평도 배편은 10만5천35명의 전체 이용객 중 52.1%(5만4천689명)가 주민으로 나타났다. 서해 5도 전체로 보면 여객선 이용객의 38%가 섬에 살고 있는 주민이다. 반면 울릉도를 오가는 전체 배편의 결항률은 23.6%, 전체 여객선 이용객(146만1천692명) 중 섬 주민은 7.9%(11만5천772명)에 불과했다.
서해 5도 주민의 정주 여건이 다른 도서지역보다 열악하지만, 정작 뱃길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백령도를 오가던 유일한 대형 카페리는 고장이 나 지난해 11월부터 운항을 중단했다. 대형 카페리 선사는 결국 재정난에 문을 닫았다. 지난 2020년부터 백령항로의 대체 선박을 마련해야 한다는 민원이 컸지만 아직도 해결 방안은 요원하다.
백령항로에 대형 카페리를 도입·운영할 신규 선사 모집은 계속 무산된 끝에 현재 7차 공모를 진행 중이다. 이달 11일 끝나는 이번 공모에도 지원 선사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평도는 하루 두 차례 운영되던 왕복 배편이 오는 11일부터 내년 2월4일까지 왕복 1회로 축소된다. 기존 선박이 정기 검사 및 선령 연장 검사 등으로 정비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나마 유지한 일일 생활권도 한동안 불가능해졌다.
심효신 서해3도 이동권리 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인천항에서 백령·대청·소청도 등을 오가는) 대형 여객선을 도입할 선사가 나타나길 기다리는 단계는 지나간 지 오래"라며 "급한대로 지자체에서 중고 선박이라도 매입해 운영 선사를 찾아야 한다.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준공영제 도입 논의도 계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인천 중구·강화군·옹진군)은 옹진군 등과 함께 대형 카페리 도입 방안을 논의했다. 배 의원은 "백령항로 대형 여객선의 조속한 운항을 위해 중고 선박 물색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며 "옹진군의 일일 생활권 구축, 준공영제 도입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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