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인 성소수자에 이중차별” 첫 실태조사 발표

입력 2024-02-29 17:58 수정 2024-03-01 17:18

한국농인 LGBT+, 11명 인터뷰

두 사회서 배제됐던 경험 토로

“모임 참여 거부당하고 집중 마크”

혐오수어 삭제 요청 기각되기도

농인·성소수자라는 교차 정체성을 가진 농인성소수자가 겪은 차별 경험을 담은 실태조사 보고서가 나왔다.

농인성소수자 인권단체 ‘한국농인LGBT+’는 지난 28일 농인성소수자 11명을 인터뷰한 실태조사 보고서를 제안하다’를 발표했다. 보고서 ‘농인성소수자와의 대화를 제안하다’엔 레즈비언 3명, 게이 7명, 바이섹슈얼 1명이 겪은 차별과 배제의 경험이 담겼다.

인터뷰에 참여한 농인성소수자들은 성소수자 사회에서도, 농인 사회에서도 배제되는 이중차별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A씨는 “보통 성소수자들은 아웃팅(성소수자의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을 본인의 동의 없이 밝히는 행위) 우려가 있어서 신원이 드러나지 않는 온라인 만남 사이트나 어플리케이션에서 만난다. 처음에 채팅을 할 땐 호감을 표시하다가 막상 대면으로 만나면 곧바로 거절한다. 왜 농인이라고 미리 알리지 않았느냐고 화내는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B씨는 “농인이라는 이유로 성소수자 모임 참여를 거부당한 적이 있다”며 “성소수자 모임은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는 모임인데 나만 자리에 앉아 있으라고 한다거나 모임의 관리자가 옆에 딱 붙어 있다 보니 ‘전담 마크’ 당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고 했다.

농인성소수자들은 농인 사회는 성소수자에게 혐오적인 분위기라고 털어놨다. 특히 성소수자를 표현하는 수어가 성적 욕망만 강조하는 멸시의 의미가 담겨 있다 보니, 할 수 있는 이야기가 크게 제한된다고 토로했다.

한국어와 함께 대한민국의 공용어로 지정된 한국수어는 게이를 ‘항문성교를 하는 사람’으로 표현한다. 레즈비언은 ‘여자와 몸을 비비는 여자’로 표현한다. 바이섹슈얼이나 트렌스젠더는 한국수어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아 표현할 수 있는 수어가 없다.

한국농인LGBT+는 2019년부터 성소수자 혐오적인 한국수어를 발굴하고 37개의 대안 한국수어를 개발했다. 게이는 가슴팍에 주먹을 쥐고 엄지손가락만 올린 후 앞으로 손을 직선 이동하는 것으로 바꿨다. ‘남성에게 끌리는 남성’이라는 의미다. 레즈비언도 ‘여성에게 끌리는 여성’이라는 의미를 가진 수어로 쓰자고 제안했다. 한국농인LGBT+는 지난해 국립국어원에 혐오수어를 삭제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기각당했다.

2022년 기준 등록된 성인 청각장애인 22만1천254명 중 7%에 해당하는 약 1만5천487명이 성인 농인성소수자일 것으로 추정된다. 미성년자까지 포함하면 훨씬 많다.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Ipsos)가 발표한 ‘LGBT+ Pride 2023’에 따르면 한국 성인 중 7%가 성소수자다.

한국농인LGBT+ 관계자는 “이번에 농인 성소수자 11명의 이야기만 담아내 농인성소수자의 실태를 파악하기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이번 시도가 농인성소수자도 사회에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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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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