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이 범야권의 압승으로 끝났다. 민주당 175석, 조국혁신당 12석만으로도 야당은 사실상 입법전권을 확보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108석으로 개헌과 대통령탄핵 저지선만 겨우 지켰다. 선거결과는 지난 21대 총선과 거의 같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2년 가까이 지속됐던 행정과 입법의 부정교합 현상이 대통령 임기 전체로 연장된 것이다.
총선이 끝난 자리에 국가와 민생이 남았다. 적극 지지층의 환호와 낙담과는 별개로 상식적인 중도 국민들은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와 소수 여당 정권의 행정 독주가 충돌하면서 국정과 민생이 흔들렸던 정치 불안이 지속될 것을 걱정한다. 정권과 야당이 변하지 않으면 과잉입법과 거부권이 충돌하는 대립정치는 더욱 극단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조국혁신당의 대통령 임기 중단 선거 구호가 실행될 경우 나라와 민생은 정치 혼란에 휩쓸려 도탄에 빠진다.
먼저 대통령이 변해야 한다. 총선 표심은 여당이 아니라 정권을 심판했다. 경고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국정운영의 문호를 개방하고 진영을 초월한 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하라는 것이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논란, 이태원참사 대응, 강서구청장 보선 후보 공천, 이종섭 전 국방장관 주호주대사 임명 등의 사례는 국민을 무시하는 정권의 오만으로 비쳤다. 야당과 언론과의 접촉을 꺼리면서 불통 정권으로 낙인찍혔다. 의정갈등은 일의 선후를 구분 못하는 무능의 표본이 됐다. 내각과 대통령실을 쇄신하고 대통령의 통치스타일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국정쇄신의 첫발로 이재명 대표와의 회동을 추진해야 한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도 과거의 정치행태와 결별해야 한다. 사법적 심판과 도덕적 지탄을 받는 인사들이 대거 포함된 압승이다. 과거처럼 국회 지배권을 내로남불 방탄과 정권타도에 집중하는 행태를 반복한다면 정쟁의 주도자로 찍혀 다음 선거의 심판 대상이 될 수 있다. 입법 전권을 행사하는 수권 정당으로서 나라의 운명을 최우선에 두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최근 몇 차례의 선거에서 민심은 여야를 교차 심판했다. 싸우고 대립하는 무한 정쟁에 대한 혐오를 교차 심판으로 표출한 것이다. 정부 여당은 참패했다고 주눅들지 말고, 민주당은 압승했다고 오만해지면 안된다. 국민은 여야가 대화와 타협으로 나라와 민생을 전진시키는 협치를 원한다. 여야가 국민의 뜻대로 환골탈태하기를 바란다. 대통령은 국정을 쇄신하고 야당은 나라를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