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카페리 30~50% → 10%이하로
항로별 10명 미만, 대부분 중국인들
"50㎏서 이젠 5㎏만 넘어도 빼앗겨"
평택항 보따리상(기사 내용과는 관련없음). /경인일보DB |
"20년 넘게 일한 보따리상(소무역상)을 그만둘 때가 된 것 같아요."
인천항과 중국을 오가는 한중카페리를 이용해 보따리상을 하는 A(69)씨는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서 막혔던 뱃길이 지난해 8월부터 다시 열렸지만, 보따리상 수입은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A씨는 "중국 측 통관 규제가 심해지면서 중국을 갔다 와도 뱃삯을 제외하면 남는 돈이 거의 없다"며 "코로나19 이후 한국인 보따리상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14일 한중카페리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 한중카페리 항로별로 전체 승객의 30~50%에 달하던 보따리상 비율은 최근 10% 이하까지 낮아졌다. 그나마 남아있는 보따리상도 대부분 중국인이고, 한국인 보따리상은 항로별로 10명 미만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 설명이다. 이전에는 한국인과 중국인 보따리상 비율이 각각 50% 정도로 비슷했다고 한다.
지난 12일 인천항에 입항한 한중카페리 선박에는 한국인 보따리상이 3명밖에 없었다. 코로나19 이전 해당 항로에는 200~300명의 보따리상이 탑승했다.
보따리상이 많이 줄어든 이유는 이 일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중국 측이 한국에서 가져올 수 있는 품목과 반입량을 줄이면서 보따리상들의 수입이 급격히 줄었다.
또 다른 한중카페리 보따리상은 "코로나19 이전에는 50㎏ 정도 물건을 가져갈 수 있었는데, 최근에는 5㎏만 넘어도 들고 간 것을 모두 빼앗긴다"며 "국내 기업의 중국 사무실에서 받아오던 급한 샘플들도 통관을 안 시켜주는 등 운반할 수 있는 화물이 너무 많이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보따리상이 큰 폭으로 줄면서 한중카페리 업계의 근심도 깊어지고 있다. 보따리상이라는 고정적 승객이 있어야 관광객이 적은 시기에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한중카페리 업계 관계자는 "보따리상들에게 여객 운임을 할인해주는 등 (보따리상)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최근에는 이마저도 효과가 없는 것 같다"며 "지난달부터 단체관광객이 늘어나 여객이 증가했지만, 보따리상이 줄다 보니 관광객이 없는 비수기는 어떻게 보내야 할지 걱정이 크다"고 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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