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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스토리] 태어난 나라 달라도, 우리는 다(多)같이 친구
'또다른 지구촌' 오산 대호중학교
전교생 493명 중 다문화학생 73명 전체 14.4%
인근 지역 농장·공단 들어서면서 외국인 늘어
외부 강사 학생 눈높이 맞춘 한국어 수업 진행
'문화적 다양성 인식' 제도적 지원 대책도 시급
대호중학교 다문화 학생들이 학교 운동장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
"안녕하세요, 저의 이름은 파하드 입니다. 감사합니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파하드는 서툴지만 한자 한자 또박또박 말했다. 올해 대호중학교에 입학한 파하드는 한국에 온 지 7개월 밖에 안된 다문화 학생이다.
또래 중학교 친구들 덕에 한국 문화에는 조금씩 적응하고 있지만, 언어의 장벽에 가로막힐 때가 많다. 파하드는 "감정을 친구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아서 가끔은 외톨이가 되는 것 같다"며 속상해했다.
올해 한국어 교실을 신청한 다문화 학생들이 한글을 쓰고 있다. |
한국어에 미숙한 다문화 학생을 위해 대호중학교는 매년 한국어 교실을 진행하고 있다. 파하드는 친구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서기 위해 스스로 한국어 교실을 신청했다. 아직 모든 게 낯설고 어색하지만, 파하드는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한국어를 배우려는 의지는 누구보다 남달랐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31개 시·군 지역별 초·중·고 다문화 학생 수는 작년 기준 4만8천966명이다. 2022년도 대비 학생 수는 10.9% 증가했다. 올해 4월 기준 대호중학교 전교생 총 493명 중 다문화 학생은 73명으로 전체 인원의 14.4%를 차지한다. 이러한 대호중학교 다문화 학생 비율은 오산 관내 중학교 중에서 가장 많다.
방글라데시 국적을 가진 3학년 파하드가 도서관에서 친구들과 책을 읽고 있다. |
학교 관계자는 "화성·평택 등 인근 지역에 농장 및 공업단지가 들어서면서 다양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정착하기 시작했다"며 "오산지역이 다문화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으로 알려지면서 그 수도 점차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알리나가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급식을 받고 있다. |
대호중학교에는 중국, 일본, 우즈베키스탄, 방글라데시, 카자흐스탄 등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모여있다.
다문화 학생들 중에는 어릴 적부터 한국에서 성장해 한국어에 능통한 학생도 있는 반면, 아직 한국어 및 한글 학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도 있다. 이러한 학생들을 위해 대호중학교는 화성오산교육지원청에서 한국어 교실 사업을 지원받고 있다.
카자흐스탄 국적을 가진 2학년 알리나가 한문 수업을 듣고 있다. |
한국어 자격증을 지닌 외부 강사를 채용해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참여형 수업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교과 과정에 대한 이해도를 증진하고, 의사소통의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최항규 대호중학교 교장은 "경기도 내 다문화 학생들이 증가하는 가운데 다문화 학생들과 일반 학생들이 문화적 다양성을 인식하고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지원이 시급하다"며 "한국어 교실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파하드가 점심 시간에 친구들과 축구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글·사진/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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