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의 꿈'에 다시 불이 붙으며 포항 영일만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영일만은 유기물과 바다 생물이 널리 분포한 신생대 3기층으로 학계에서 자원 매장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영일만 바로 아래 위치한 한국 최초 해상 동해가스전은 2004~2021년 약 4천500만배럴을 생산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취임 후 첫 국정 브리핑에서 "영일만 앞바다에 최대 140억배럴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우리나라 전체가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 넘게 쓸 수 있는 양"이라고 마이크를 잡았다. 이어 "금세기 최대 석유개발사업으로 평가받는 남미 가이아나 광구의 110억배럴보다 더 많은 탐사자원량"이라며 "최소 5개의 시추공을 뚫어야 하는데 한 개당 1천억원이 넘는 비용이 든다"고 부연했다.
브리핑대로 개발에 성공한다면 그야말로 잭팟이다. 140억배럴의 석유와 가스가 확인되면 한국이 세계 15위의 석유 매장국으로 부상하게 된다. 이는 아시아에서 중국(262억배럴·세계 13위)에 이어 두 번째 규모다. 에너지의 97~98%를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이 자원빈국에서 탈출할 절호의 기회다.
"기술이 발전했으니 기대해 볼만", "내년 시추 결과를 기다려보자" vs "사업성 확인도 전에 대통령이 발표할 일인가", "지지율 추락 만회용, 뜬금없고 성급하다" 여론의 온도는 극명하다.
1976년 1월 15일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연두 기자회견에서 '포항에서 석유가 나왔다'고 직접 발표했다. 국민들은 석유 원년이라며 만세까지 불렀다. 하지만 뽑아낸 건 원유가 아닌 경유, 시추할 때 넣은 윤활유였다. 1년여 만에 막 내린 황당하고 부끄러운 해프닝으로 기록됐다.
이번 프로젝트의 성공률은 20% 정도라고 한다. 석유 찾기는 흔히 사막에서 바늘 찾기로 비유되지만, 실패율이 80%라는 얘기다. 미국 기술평가기업에 분석을 의뢰해 석유·가스 부존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를 받아든 것뿐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청진기만 대본 모양새다. 이제 탐사시추를 통해 실제로 경제성 높은 석유·가스가 있는지, 매장량이 얼마나 되는지 우리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 해맞이(迎日) 바다에서 석유와 천연가스가 터지는 낭보를 기대하면서도 냉정을 유지해야 할 이유다.
/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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