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하늘로 쌓아올려 희망을 기원
물방울 형상화한 색색의 공 굴리며 체험
14~23일 군포시 그림책꿈마루에서 진행
잔디밭 위에 하얗고 동그란 물체가 켜켜이 쌓여 탑을 이루고 있었다. 동그랗거나, 혹은 약간 각이 지기도 한 크고 작은 공들이 어느새 하나 둘 늘어났다. 이윽고 잔디밭을 가득 메웠다. 어둠이 서서히 내려앉자 하얀 구체가 색색이 물들었다. 손으로 만지니 색이 바뀌고 파도 소리가 번졌다. 붉은 빛이 됐다가 금세 푸른 빛으로 바뀌었다. 완전히 짙어진 어둠 사이로 형형색색의 공들이 잔디밭을 굴러다녔다. 파도 소리는 시종일관 공간을 메웠다. 14일 밤 8시부터 군포시 그림책꿈마루에서 진행된 미디어 아트 ‘오르:빛 - 워터파고다’의 장면이다.
워터파고다는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제공하는 인터렉티브 미디어 아트 체험 전시다. 지금까지 수원, 광명, 의정부 등 경기도 곳곳에서 진행돼왔는데 이날부터 오는 23일까지 열흘간 군포시에서 선보이게 됐다.
색색의 구체들은 물방울을 상징한다. 워터파고다는 말 그대로 물방울(Water)로 쌓아올린 탑(Pagoda)인데 행사 장소에 설치된 12m의 거대한 물탑을 나타냄과 동시에, 100여개의 물덩어리들을 탑처럼 쌓으면서 소원을 비는 퍼포먼스를 뜻하기도 한다. 해당 전시에 대해 주최 측은 ‘빛과 소리를 내포한 중앙의 물탑은 하늘에 뜻이 닿고자 하는 마음을 표현하며, 물탑 주변에 펼쳐진 크고 작은 물덩어리들을 직접 쌓아보며 소망하는 행위는 하늘 혹은 우주의 초월적인 힘과 교감하는 경험으로 연결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전시는 네이버를 통해 사전에 예약해야만 입장할 수 있는데, 열흘 간의 전시 일정이 일찌감치 모두 매진될 정도로 시작 전부터 크게 주목받았다. 밤 8시, 8시 45분, 9시 30분 등 매일 세 타임으로 운영되는데 한 타임당 입장객은 30명으로 제한된다. 제한된 공간 내에서 진행되는 만큼 너무 많은 입장객이 몰리면 체험에 어려움이 있을 뿐더러 안전상의 문제가 우려될 수 있어서다.
행사 첫 날인 14일 첫 타임인 밤 8시 타임을 예약해 직접 체험해봤다. 30명 가까운 방문객은 모두 가족 단위였는데, 대부분 어린 아이들과 함께였다. 행사장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들은 크고 작은 물방울을 굴리며 뛰어놀았다. 그러다 탑처럼 큰 물방울 위에 그보다 작은 물방울을 하나씩 쌓기 시작했다. 아빠가 아이를 목말 태워 더욱 더 높게 탑을 쌓아 올리기도 했고, 완성한 탑 앞에서 온 가족이 소원을 빌거나 기념 사진을 찍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기껏 쌓아올린 탑이 굴러온 물방울때문에 와르르 무너지기도 했다. 체험이 끝날 무렵엔 잔디밭이 크고 작은 물탑들로 채워졌다.
행사장 앞쪽에 있는 커다란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소원 메시지를 띄울 수도 있었다. 물방울을 쌓고 굴리며 즐거워하는 가족들 사이로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도록 해주세요’ ‘로또 당첨되게 해주세요’ 등의 소원들이 피어올랐다.
체험객들 사이에선 “색다르게 사진 찍기에 정말 좋다”는 반응이 터져나왔다. 아이들과 함께 온 한 체험객은 “이런 형태의 전시는 처음이어서 정말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경인일보 (www.kyeongin.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