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출입 차량 통제' 분주한 탄천·안양천
2년전 범람 탄천, 불법 주차 가득
용인도시公 "매번 나가 이동조치"
안양천, 전화번호 보고 직접 안내
2년전 '알림e' 개발… 안내판 설치
다운은 안돼… 市 "5월부터 오류"
8일 오전 집중호우로 주차장 진입이 통제된 용인시 보정 제2공용주차장 앞 인근 도로에 차량들이 불법 주차돼 있어 침수 안전사고가 우려되고 있다. 2024.7.8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m |
장마철 집중호우로 인해 경기도 내 하천 인근에 위치한 주차장들이 침수 위협을 받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위험 지역 내 고질적인 불법 주정차 차량이 여전하고 침수 알림을 목적으로 개발된 애플리케이션마저 시스템 오류 등으로 제 구실을 못하면서 '침수 사각지대'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간당 30㎜의 집중호우가 쏟아진 8일 오전 9시께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의 한 둔치 주차장. 이곳은 2년 전 집중호우로 인근 탄천이 범람해 침수 피해가 발생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장마가 시작된 지난 1일부터 일찌감치 쇠사슬과 라바콘 등으로 차량 출입을 통제, 이날도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경고가 무색하게 주차장 앞은 불법 주정차 차량들로 가득했다. 170면 규모의 주차장이 폐쇄된 탓에 인근 상인과 주민들이 막힌 주차장 주위에 무분별하게 차량을 세워둔 것이다.
몇몇 차량들은 지대가 낮은 곳에 위치해 있어 하천 범람 시 침수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더욱이 만약의 상황에 운전자에게 연락할 연락처마저도 남겨져 있지 않은 상태였다.
8일 오전 집중호우로 주차장 진입이 통제된 용인시 보정 제2공용주차장 앞 인근 도로에 차량들이 불법 주차돼 있어 침수 안전사고가 우려되고 있다. 2024.7.8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m |
이곳에 주차한 한 시민은 "잠깐 근처에 다녀온 뒤 금방 차를 뺄 것"이라며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해당 주차장을 관리하는 용인도시공사 관계자는 "매번 나가서 이동 조치시키고 불법 주정차를 막는 구조물도 다시 설치한다"며 "필요 시 견인도 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오전 11시께 안양천 인근 둔치 주차장엔 공무원들이 우비를 입고 나와 있었다. 이들은 일일이 차량 내 전화번호를 확인한 뒤 출차 안내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한 시간 전부터 발표된 안양지역 호우주의보에 범람을 우려한 안양시 공무원들이 서둘러 차량 진입을 막고 주차된 차량을 빼는 등의 조치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날 현장에 나온 한 공무원은 "평소엔 차량 번호판과 차주 휴대전화 번호를 대조해 문자를 발송하는 시스템을 사용하지만, 오늘은 전산 오류 때문에 직접 나와 번호를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수고로움을 덜기 위해 안양시는 지난 2022년 '침수 알림e' 앱을 개발했다. 안양천 인근 939면 규모의 둔치 주차장에선 집중호우 시 빈번하게 범람 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에 안양시는 20억원을 투입, 사전 알림 서비스를 통해 시민들에게 위험성을 경고해 온 것이다.
하지만 이날 주차장 입구에 안내된 QR코드를 찍자 '존재하지 않는 앱'이라고 나오는 등 관련 앱마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안양시 관계자는 "해당 앱은 지난 5월부터 오류가 나는 걸 확인했다"며 "사용자 수가 너무 적어 앱 유지 보수 비용을 들여 계속 운영해야 할지 내부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침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선 기후 변화에 따라 시스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영환 숙명여대 기후환경에너지학과 교수는 "예전에 비해 집중호우 빈도나 강도가 달라져 이전 기준으로 대비했던 시설물들은 요즘의 집중호우에 비해 역량이 부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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