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 특수기간 무색… 성남 모란시장 등 손님 발길 끊겨 상인들 울상
썰렁한 가게 보며 "올해 마지막일듯" 체념… 업종변경 골머리 썩기도
"이게 무슨 복날 분위기입니까? 초상집이지."
지난 1월 '개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이하 개식용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처음 맞는 복날인 15일, 경기도 내 보양식당 일대는 예전과 달리 조용한 분위기였다. 초복부터 말복 사이에 연매출의 절반을 벌었다는 시장 상인들의 말이 무색하게 이날 오전 10시께 찾은 성남시 모란시장에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모란시장 상인회는 개식용금지법이 통과된 후 '모란 흑염소 특화거리'를 내세우며 타개책을 내놨지만, '개고기 시장'이라는 꼬리표는 쉽게 떨어지지 않은 듯 보였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졌지만, 고령자 몇 명만 눈에 띌 뿐 여전히 한산했다. 상인들은 사람 한 명이라도 지나가면 열심히 호객을 했지만, 대부분 인근 순댓국밥집이나 백반집 등으로 향했다. 보양식당은 대부분 텅 비어 있었다.
안쪽 골목은 상황이 더 심각했다. 30년 전통이라며 간판을 내건 한 보양식당은 굳게 잠겨있었고 아래엔 '점포 임대'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이곳을 지나는 오복성(70)씨는 "친구가 초복이라고 불러서 오랜만에 모란시장을 찾았다"며 "시대가 변해 예전과 달리 썰렁한 모습에 이상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오후 2시께 수원역 인근 역전시장에서 만난 보양식당 사장들 역시 울상이었다. '개고기 팝니다'라는 안내문을 밖에 내걸었지만, 실제로 파느냐고 묻자 성급히 안내문을 가리며 이제 안 판다고 하는 곳도 있었다. 해당 식당 주인은 "아직 유예기간이라 괜찮은데도 손님들은 (개고기를) 먹으면 당장 잡혀가는 줄 안다"며 "아는 사람만 먹으러 오는데 이것도 올해가 마지막일 것 같다"고 토로했다.
14년째 역전시장에서 보양식당을 운영하는 이응주(61)씨는 매출전표를 직접 보여주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복날에 하루 150인분에서 200인분 가까이 팔았지만, 오늘 매상은 7인분이 고작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씨는 "이제 육견을 구할 곳도 없다"며 "유예기간 이후 무슨 업종을 정할지 계획도 안 잡혀 있다"고 털어놨다.
복날에 특별한 보양식을 챙겨 먹는 문화는 이미 지났다고 말하는 시민들도 있어 복날에 대한 인식도 차츰 변해가는 분위기다. 광주시에 사는 김영남(67)씨는 "요새 하도 더워서 복날이 복날 같지도 않고 장 보러 나와서야 오늘이 초복인 줄 알았다"며 "집에서 간단히 수박 등을 먹으며 보낼 예정일 뿐 특별한 외식 계획은 없다"고 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