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 등 근로 조건 변경 없이 직원들의 임금을 삭감한 인천교통공사의 ‘임금피크제’가 위법하다는 원심 판결을 두고 대법원이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제2부(주심 대법관·신숙희)는 25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인천교통공사 퇴직자 22명이 제기한 임금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정부는 지난 2015년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는 공공기관의 이듬해 임금 인상률을 절반으로 삭감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라 인천교통공사는 이듬해 58세부터 정년인 60세까지 3년간 단계적으로 임금을 감액(5~20%)하는 ‘정년 보장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퇴직 예정자들의 임금을 줄이는 대신 정년을 보장하고, 절감한 비용으로 청년 채용을 확대한다는 취지였다.
2020년 퇴직자들은 이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다. 인천교통공사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대신 공로연수제도를 마련하는 등 적절한 조치(대상조치)를 취했다며 맞섰다. 지난 1월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뒤집어 퇴직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소송을 제기한 퇴직자들은 파기환송 판결이 나오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안증섭 통합인천교통공사노동조합(한국노총) 위원장은 “대책을 논의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만약 이날 재판에서 원심 패소 판결이 확정됐다면 인천교통공사는 퇴직자들의 청구액 총 3억5천만원(임금 등)에 이자까지 얹어 보상해야 할 처지에 놓일 뻔했다. 사측은 이 금액 중 대부분을 직원들의 ‘총액인건비’에서 지급해야 한다. 총액인건비제는 공공기관 등이 매년 사용할 인건비 총액을 정해두고, 그 범위에서 자유롭게 인건비를 집행하는 제도다.
한편 2022년과 지난해 인천교통공사 퇴직자들도 현재 소송에 나섰거나 소송을 준비 중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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