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하고 힘들고 더럽고 창피한
'맨땅에 헤딩'하는 것부터 해야
강인한 정신력·실패 두렵지않은
열정과 의지 가진 사람이 '허슬러'
과거 가톨릭에서는 '부자가 천국에 가려면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고 했을 정도로 돈을 많이 버는 것은 구원을 받을 수 없을 정도로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니 상공업으로 돈을 많이 번 사람들은 언제나 구원받을 수 없음을 안타까워했고 예정된 구원을 받을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살던 차에 신교에서 자기의 직업을 성실하게 수행해서 돈을 많이 버는 것 자체가 하나님의 소명을 받은 것이라고 하자 난리가 날 정도로 좋아했고 모두 가톨릭에서 신교로 몰려들었다. 이렇게 하나님의 소명으로 번 돈을 흥청망청 나쁜 것에 쓴다는 것은 하느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생각했고 청렴하고 성실한 생활을 하는 것이 곧 구원을 받는 길이라 생각해서 청렴과 믿음과 신념과 노력, 강인한 정신력을 중시하게 되었고, 이는 청교도 정신으로 진화되고, 훗날(20세기 초)에 힙합 문화에서 발전한 허슬러 정신으로 승화되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종교적인 것과 경제적인 뿌리라는 생각의 속성은 달리 시작되었지만, 그 흐름의 맥락은 비슷하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새마을 운동에서 '하면 된다'는 정신과 청렴 절약 강인한 삶의 의지 등이 허슬러 정신과 유사하며 어쩌면 헝그리 정신과도 일맥상통한다.
스타트업은 돈 경험 지식은 없지만 열정과 도전, 세상을 한번 바꾸어 보겠다는 강인한 의지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투지에서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MZ세대의 전반적인 경향이라고는 하지만 어려움보다는 편안함, 힘 안 들이고 욕망을 이루기 바라며, 강인한 정신력이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나 미래보다는 현재를 즐기고 우리보다는 나를 너무나 위하는 듯하다. 돈도 없고 경험도 없고 지식도 부족한 사람이 어떻게 원하는 욕망을 쉽게 이룰 수 있겠는가? 미국에서 고생 끝에 큰 성공을 한 김태연 회장이 국내 모 방송국에 나와 '모든 사람이 다 할 수 있는데 왜 내가 못 해(he can do, she can do, why not me)' 정신으로 버티고 성공했다는 내용을 방영한 적이 있다. 야구의 신이라는 김성근 감독은 "나에게는 불가능이나 실패는 없다"고 했다. 열심히 될 때까지 하면 뜻을 이룬다고 했다.
꼰대의 얘기라고 그냥 넘겨들을 말들이 아니다. 이성이 감성을 억누르는 것도 문제이지만 감성이 이성을 앞지르는 것도 문제다. 옳고 그름보다는 좋고 싫은 것이 먼저이면 잠시는 행복한 것 같지만 모두가 그런 생각이 되는(상대주의) 순간 멸망으로 갈 수밖에 없다. 밤에 먹는 맛 좋은 라면을 이성이 끊어 주지 않으면 다이어트는 영원히 포기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감성이 이성을 지배하는 경향이 이렇게 몇십 년은 가겠지만 아마도 50년 100년 후에는 세계적으로 큰 어려움이나 혼란이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해봐야 한다.
와이 콤비네이터의 폴 그램은 크고 멋지고 폼나고 일확천금인 것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사소하고 힘들고 더럽고 창피하고 맨땅에 헤딩하는 것부터 하라(do don't scale)고 했다. 강인한 정신력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나에게 가진 것은 열정과 의지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스타트업하기를 바란다. 이런 사람이 허슬러다.
/주종익 에버스핀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