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로 숨지기 전까지 ‘미인정 결석’ 상태
학교, 한 달에 한 번 전화로 아이 소재 파악
“인천시교육청·학교, 수시 점검해야 하지만
안전 확인 위한 어떠한 활동도 하지 않았다”
“친권자 의사 반하는 강제력 행사 권한 없어
친모로서 의무는 이행하지 않고 권리만 주장”
홈스쿨링을 이유로 장기 결석하다 계모의 잔혹한 학대로 숨을 거둔 고(故) 이시우(사망 당시 12세)군의 친모가 인천시교육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양측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시우의 친모 측은 “국가 책임이 명확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피고인 인천시교육청은 “이군의 사망과 피고의 책임 사이에 인과관계가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국가 책임 명확” vs “매뉴얼대로 했다”
계모 A(44)씨의 잔혹한 학대로 숨지기 전까지 이군은 ‘미인정 결석’ 상태였습니다. 미인정 결석은 체험학습·질병을 제외하고 유학, 대안교육, 홈스쿨링 등을 이유로 7일 이상 학교에 나오지 않는 경우를 뜻합니다.
A씨는 홈스쿨링과 필리핀 유학 준비 등을 이유로 2022년 11월부터 이군을 등교시키지 않았고, 학교 측은 한 달에 한 번 전화로 아이의 소재 정도만 파악했습니다. 이군은 학교에 나가지 않은 3개월 만인 이듬해 2월 온몸에 멍이 든 채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를 두고 이군의 친모는 지난해 10월 “인천시교육청 책임이 있다”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학교와 인천시교육청이 제대로 된 확인 없이 받아들인 홈스쿨링 신청서가 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취지였습니다.
원고 측은 “인천시교육청과 학교는 장기 미인정 결석 아동에 대해 수시로 점검해야 하지만, 안전을 확인하기 위한 어떠한 활동도 하지 않았다”며 “특히 결석 기간이 길어지는 동안 학대 행위가 더 심화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인천시교육청은 미인정 결석 아동을 주의 깊게 관리·감독하고 학대 아동을 조기 발굴해야 하나, 이군의 상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도 말합니다.
반면 피고 측(인천시교육청)은 ‘2022학년도 미취학·미인정결석 학생 관리 매뉴얼’ 등에 따라 이군의 상태를 확인했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피고 측은 “학교는 지속적으로 계모에게 이군의 출석을 독려했고, 학교를 다니면서 해외 유학을 준비할 것을 권유했다”며 “그러나 이군의 친권자인 친부가 ‘학업중단숙려제’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친권자 의사에 반하는 강제력을 행사할 권한은 없다”고 주장합니다. 또 “원고는 친모로서 의무는 이행하지 않고 변명만 하면서 권리만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재판은 지난 14일까지 총 4차례 진행됐는데, 다음 달 결심 공판 뒤 최종 선고가 나올 예정입니다.
시우 떠난 이후 교육부는 미인정 결석 학생 관리 강화
이군은 2022년 3월9일부터 지난해 2월7일까지 인천 남동구 자택에서 계모 A씨에게 상습적으로 학대당하다 숨졌습니다. A씨는 아이가 성경 필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행하거나, 무릎을 꿇리는 벌을 주곤 했습닌다. 온몸에 멍 자국이 난 채로 발견된 이군이 사망했을 때 몸무게는 29.5㎏이었습니다. 또래 평균보다 15㎏이나 적었다고 합니다.
대법원은 지난달 재판에서 A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은 “살인의 미필적 고의에 관한 원심 판단을 수긍하기 어렵다”면서 A씨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다만 상습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원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친부 B(41)씨는 상고가 기각되면서 형이 확정됐습니다.
교육부는 이군 사건을 계기로 매년 7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미인정 결석 학생들의 안전을 점검하도록 각 교육청에 지침을 내렸습니다. 인천시교육청도 유선으로 학생 소재와 안전이 확인됐더라도 교사가 6일 이내에 반드시 가정을 방문해 학생 분리 면담 등을 하도록 지침을 강화했습니다.
<저작권자 ⓒ 경인일보 (www.kyeongin.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