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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 Pick] 침수불안 떠는 반지하 "살아도 되는家"

입력 2024-08-18 20:02 수정 2024-08-18 20:34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8-19 2면

커지는 '비주거용 전환' 목소리


장마철 물막이판 등은 임시방편
기후변화로 국지성 호우 잦아져
이주 유도 등 근본대책 논의해야

올해 장마는 종료됐지만, 반지하 거주민들은 해마다 집중호우시 침수가 반복돼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8일 수원시 한 반지하 주택 창문에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물막이판이 설치돼 있다. 2024.8.18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올해 장마는 종료됐지만, 반지하 거주민들은 해마다 집중호우시 침수가 반복돼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8일 수원시 한 반지하 주택 창문에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물막이판이 설치돼 있다. 2024.8.18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장마는 끝났지만, 또 내년이 걱정입니다."

지난달 지속된 폭우로 수원 장안구의 반지하주택 일부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당시 반지하주택에서 혼자 거주 중인 김귀자(가명·여)씨는 집에 빗물이 습격해 발목까지 찰 때까지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김 씨는 집안에 들어온 빗물을 빗자루로 쓸어 내보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하수구 위를 양동이·밀폐용기 등으로 막아놨다.



지난 2022년 악몽같았던 침수 피해를 겪었던 반지하주택민 전봉숙씨도 벌써 내년 장마를 걱정하고 있다.

그는 "여기 사는 사람들은 다 장마철엔 잠도 못잔다"며 "며칠 전에도 새벽에 빗소리가 요란해서 바로 벌떡 일어나 양수기 스위치부터 올리러 나갔는데 안그랬으면 큰일 날 뻔했다. 물막이판은 있어도 소용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올해 장마는 종료됐지만, 반지하 거주민들은 해마다 집중호우시 침수가 반복돼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올해 집중호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수원시 한 반지하 주택. 2024.8.18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올해 장마는 종료됐지만, 반지하 거주민들은 해마다 집중호우시 침수가 반복돼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올해 집중호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수원시 한 반지하 주택. 2024.8.18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매년 장마철이면 반지하주택에 침수 피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데, 조기에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임시방편인 물막이판 등은 반지하 입주민의 시야를 가리는 또다른 장애물이어서, 반지하 시설 폐쇄나 조속히 비주거용 시설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8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해 반지하주택 5천334가구에 침수 방지를 위한 물막이판을 설치했다. 이는 경기도 예산으로 설치한 곳만 집계된 수치다.

지난해 기준 도내 반지하주택은 총 7만8천678가구에 달하는데, 물막이판을 미설치한 반지하주택도 여전히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마저도 실효성 문제 등으로 물막이판 설치 수요조사에서 요구가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돼, 올해는 관련 예산(도비)이 마련되지도 않았다.

물막이판은 반지하주택 창문에 고정식으로 설치돼 시야를 가리기 때문에 소유주가 설치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근본적 대책은 반지하 주택을 주거용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나 기후변화가 심화되면서 폭우가 잦아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내년 장마가 오기전까지 조속히 반지하 거주를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 반지하주택을 매입해 주거용이 아닌 공유창고·입주민 커뮤니티 공간 등으로 활용하거나 아예 폐쇄를 유도해야 하지만, 여전히 이 문제에 소극적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물막이판이라도 설치를 유도하는게 좋겠지만 원론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라며 "기후변화로 국지성 호우가 잦아지며 반지하주택이 재난지역에 포함된다고 판단된다면, 공공의 자금이 들어가는게 맞다. 다만, 현실적으로 반지하주택 중에서도 위험도가 높은 곳을 대상으로 매입하거나 주택 바우처를 제공해 이주를 유도하는 방안을 고민해 봐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이영지기자 bbangz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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