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해결 늦어지는 학폭 갈등… 심의까지 최소 한달, 지연되는 보호조치

입력 2024-08-25 19:02 수정 2024-08-26 10:20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8-26 6면

명백히 피해 당해도 '외면' 빈번

'쌍방' 주장땐 공간분리도 안돼
"사안 각각 단일 매뉴얼 힘들어"

사례1. 인천 한 중학교에 재학 중인 A(13)군은 지난 6월 같은 반 B군 때문에 쇄골이 부러졌다. A군은 자신을 계속 놀리는 B군의 입을 손으로 가렸는데, B군이 그 손을 끌어당겨 업어치기를 한 것이다.

A군은 앞서 5월에도 B군 때문에 다리 인대를 다쳐 사과받은 적이 있다. 이번에도 전치 6주 이상의 큰 부상이라 학교 측이 인천시교육청에 이 사안을 보고했고, 학교폭력 조사도 시작했다.

그런데 학교 측은 A군이 B군의 입을 계속 막는 등 실랑이가 있었다며 '쌍방'이라고 판단했다. A군의 보호자는 이에 반발해 관할 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 개최를 요청했다.



학교 측은 심의위 개최 예상 시기를 '7월 초'로 안내했지만, 방학 전까지도 심의위는 열리지 않았다. 최근 방학이 끝났음에도 심의위 개최는커녕 A군과 B군은 분리 조치도 이뤄지지 않은 채 함께 수업을 받고 있다.

사례2. 인천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C(12)군은 지난 4월부터 동급생들에게 신발이나 휴대전화를 빼앗기는 등 수차례 괴롭힘을 당했다. C군 어머니는 아들이 다니는 학원의 강사로부터 아들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다. 지난 5월 학교에 동급생 2명을 학교폭력으로 신고했고, 교육지원청 차원의 심의위 개최도 요청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의 보호자들도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C군을 학교폭력으로 신고해 상황이 복잡해졌다. 교육지원청은 학교 측에 C군에 대한 가해 여부 조사까지 추가로 진행해 두 건을 병합하도록 했다.

심의위 개최 시기가 차일피일 늦어지는 사이 C군은 해당 학생들과 같이 학교생활을 해야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교우관계만 더 악화될 것을 걱정한 C군 어머니는 고심 끝에 학교폭력 신고를 취소, 해당 사안은 없던 일이 됐다.

이처럼 명백하게 학교폭력 피해를 당해 학교에 신고하더라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상대 학생이 쌍방 피해를 주장하기라도 하면, 피해·가해 학생이 명확해져야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이유로 다른 공간으로의 분리 등 기본적 보호도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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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교육청이 올해 3월 개정 발행한 '학교폭력 사안 처리 요령' 매뉴얼을 보면 학교폭력 개념과 유형, 학교와 교육(지원)청의 사안 조사와 처리 과정, 심의위 개최 절차, 피해·가해 학생 조치 등이 세세하게 담겼다.

이를 바탕으로 각 학교가 여건에 맞게 적용하면 되는데, 특히 학생 간 분리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는 학교가 많다. 공간 부족 또는 사안 조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가 대부분이다.

교육지원청 심의위는 피해 학생이 개최를 요청한 날부터 적어도 한 달은 기다려야 한다.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최근 심의위는 방학에도 쉬지 않고 열리고 있으며, 앞으로 한 달가량은 심의 일정이 모두 차 있는 상태다.

인천시교육청 학교생활교육과 관계자는 "사안마다 학교폭력 상황이나 학교 여건이 모두 달라서 하나의 매뉴얼로 명시하기는 힘들다"며 "대신 학교별로 신청을 받아 학교폭력 예방교육은 물론, 교직원이나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발생 시 대응 요령 등을 교육 중"이라고 말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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