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배·윤상현 지역당 여야 국회 첫 토론회
사무실 없이 민원보는 원외 ‘핸드폰 위원장’
“근본 문제 해결 위해선 선거제도 개혁해야”
여야가 지구당(지역당) 부활을 위한 정당법 개정을 위해 한 자리에서 만났다. 지구당은 ‘비리의 온상’이라는 지탄을 받다 폐지된 만큼 투명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보완과 국민 인식 변화가 동반될 때 온전한 부활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공감대를 조성했다. 다만 여야 원외 지역·당협위원장들은 온전한 지구당 복원이 이뤄지려면 그간 법 개정에 소극적이었던 기득권 현역들의 강한 의지가 모아질 때야 가능할 것이라며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았다.
국민의힘 윤상현(인천 동구미추홀을)·더불어민주당 김영배(서울 성북갑) 의원은 ‘지역당 부활과 정당 정치 활성화를 위한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달 초 한동훈 이재명 대표 회동에서 지역당 부활에 뜻을 모은 뒤 열린 여야의 첫 토론회다. 토론회에는 한 대표와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각 당 지도부를 대표해 참석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두 의원은 지구당 부활과 관련해 정당법·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윤 의원은 지역당 설치 근거를 마련하고 원외 정치인의 정당 활동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22대 국회 개원 첫날 발의했고, 김 의원은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지역당과 지역당 후원회 설치를 골자로 하는 ‘참여정치 활성화법’을 대표 발의했다.
이날 이정진 국회입법조사처 정치의회팀장이 요약한 지구당 부활 시 쟁점은 ①지구당 운영 시 소요 비용 사용의 투명성 확보 ②후원회 설치 허용 등이다.
21대 국회에서 민주당 원외 지역협의회장을 맡았던 김현정(평택을) 의원은 지구당 폐지 이후 20년이 지났고, 현 회계 시스템과 정당 환경 변화로 불법 후원금 모집은 불가능해졌다며 정당 활동이 어려운 지역 정치 현실을 설명하기도 했다.
실제로 원외 지역위원장들은 지역 사무실을 둘 수 없어 사무실 없이 핸드폰으로만 민원 업무를 해결한다고 해 ‘핸드폰 위원장’이라 불리기도 한다. 특히 영호남 지역 등 특정 정당의 독점 구조가 자리잡은 곳에서는 세가 약한 정당 활동이 위축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주당 이영수 경북도당위원장은 당내 험지 원외위원장으로서의 고충을 털어놨다. 이 위원장은 “원외 지역위원은 사무실도 못 얻어서 당원들이 모일 수 있는 곳이 없다”며 “유사 선거 사무실을 마련하면 고소 고발 위험에 놓인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제는 대구·경북에서 민주당이 당선되고, 호남에서 국민의힘이 당선될 수 있는 시대가 돼야 한다”며 “그간 지구당은 명분이 없어서가 아니라 결국은 현역 기득권의 담합으로 성사 되지 못했다. 방법을 찾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지구당 부활의 목표는 결국 정치 개혁인만큼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선거제도 개혁’ 완수에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명호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거제도 문제는 이야기 하지 않으면서 지역당 부활이 불가피하다는 건 일시적인 쟁점일 될 뿐”이라며 “정치권이 정당 정치 활성화와 정치 복원을 말씀하는데, 정치개혁을 왜 하는지부터 고민이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열린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지구당 부활은 양당 소속 정치인에게만 좋은 일”이라며 “고비용 정치와 금권선거가 완전히 사라졌을까. 국민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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