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사각 위기가구 발굴… 부천 이웃들이 '온(溫)전하게
'온스토어' 마을가게서 긴급 생필품 지원
'온동네발굴단' 주민 1천명, 안부 전하기
'스마트온앱·온콜' 누구나 온라인 제보
2024 매니페스토 '공동체 강화' 최우수상
"항상 마트로 전화 주문하는 어르신의 목소리가 평소와 달라 걱정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스마트온(溫)' 앱(APP)에 등록 후 온(溫)스토어에서 즉시 긴급 생필품을 지원하고 종합복지관 방문 상담과 한방 서비스를 연계했습니다."
이는 부천시 오정구 그린마트 온(溫)스토어 담당 사회복지사가 지난 8월 열린 스마트 복지·안전 공동체 협력 강화 워크숍에서 발표한 사례다. 행정안전부는 복지·안전 사각지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주민 최일선 기관인 동 단위에서 정보통신기술(ICT)과 지역사회 공동체를 활용하는 혁신적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부천시는 정부 정책 방향에 발맞춰 2023년부터 스마트 복지·안전 공동체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는 행정과 고도화된 인공지능(AI)이 발견하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를 위기가구 주변의 이웃이 발견해 행정 빈틈을 메울 수 있다는 데서 착안한 정책이다.
특히 해당 사업은 올해 1월 이뤄진 시 행정 체제 개편(3개 구청, 37개 일반동 전환)과 맞물리며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 원미·소사·오정 3개 구의 복지·안전 전담 조직 인력은 동네 가게인 온(溫)스토어와 한국전력공사·우체국 등 관계기관의 전기검침원·집배원으로 구성된 '온(溫)동네 발굴단'이 위기가구를 발견하면 종합사회복지관의 복지전문가와 함께 원팀을 이뤄 필요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제공한다.
위기가구 발굴 신고와 처리 과정 공유는 시 온라인 마을 플랫폼 스마트 온(溫) 애플리케이션(APP)을 활용한다. 더불어 네이버 최대규모 인공지능(AI) 하이퍼클로바(HyperCLOBA) 케어콜 등 스마트 기술을 활용한 '온(溫)콜' 서비스도 시작했다.
따뜻함과 촘촘함, 똑똑함 3박자를 두루 갖춘 부천시 스마트 안전·복지 시스템은 그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7월 2024 매니페스토 우수사례 경진대회 공동체 강화 분야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 시민이 찾으면 공무원이 간다… 따뜻한 마을 가게 '온(溫)스토어'
온(溫)스토어는 마을 가게에서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찾아내면 긴급 생필품을 즉시 지원하고, 이후 공무원이 현장 조사를 거쳐 필요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 중심의 복지·안전 공동체 플랫폼이다.
필요 물품을 가게에서 우선 지급하고 복지관에서 비용을 정산하는 형식으로 도움이 필요한 이웃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해 복지 사고 발생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1년 만에 약국·편의점·슈퍼마켓·반찬가게 등 110개가 문을 열었고, 어려운 이웃 1천367명에게 6천900만원 상당의 긴급 생필품을 지원했으며 97건의 공공서비스 연계 등 대상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했다.
시는 사업의 지속성을 위해 기업과 후원금 모집 나눔 협약을 맺고 1억3천만원 상당의 민간 자원도 확보했다. 모인 금액은 10개 종합사회복지관에서 긴급 생필품 지원 등의 사업비로 사용하고 있으며, 후원 기업 로고를 온(溫)스토어 가게 현판에 삽입해 기업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을 장려하는 효과도 얻고 있다.
■ 이웃 지킴이 1천명… 따뜻한 사람들 '온(溫)동네 발굴단'
온(溫)동네 발굴단은 경찰서·소방서·우체국 등 관계기관 인력과 마을활동가, 동 안전협의체 등 전 연령대 마을주민 1천여 명으로 구성된 마을 지킴이다. 사회적 고립 위험이 있는 이웃들과 관계망을 형성해 안부를 전하고 돌보는 역할을 한다.
시는 온(溫)동네 발굴단의 원활한 활동을 위해 관계기관과의 협업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부천우체국 집배원 190여 명은 우편 배송 업무 중 장기 우편물 미수령 등 위기 사유로 의심되는 가구를 발견하면 즉시 '스마트 온(溫) 부천' 앱을 통해 신고한다. 시는 신고 내역을 빠르게 확인하고 처리결과를 상호 공유한다.
이는 지난 7월 개정 시행된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에 따라 우편집배원이 어려운 이웃을 발견하면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규정한 것에 대한 조치다.
시는 같은 달 한국전력공사와 '전력빅데이터 활용 위기가구 발굴 협력체계 구축' 업무 협약을 맺기도 했다. 한전MCS(한전 자회사) 소속 전기 기술 전문가들은 전기료 체납 등 위기가구에 직접 방문해 전기분전반 점검을 비롯한 전기 안전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다.
시는 이 밖에도 민관협력형 동 안전협의체를 통해 위험한 보행길과 같은 지역의 위험 요소를 발굴·점검해 실질적으로 주민이 체감하는 지역 안전 생활을 확보하는 데 힘쓰고 있다.
■ 누구나 온라인으로…'스마트온(溫) 앱'·'온(溫)콜' 플랫폼
시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즉시 온라인으로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제보할 수 있는 상호 소통형 채널 '스마트온(溫) 부천' 앱을 자체 개발했다. 지난 7월 시범 서비스 시작 후 현재 복지 도움 요청과 같은 일부 기능을 추가 오픈했다.
온(溫)스토어와 온(溫)동네 발굴단이 위기가구를 발견하면 즉시 앱을 통해 이웃의 도움을 요청하고, 시는 이 신고 내역을 확인해 공공서비스로 연결하는 기능이다.
해당 플랫폼에는 앞으로 안전 신고 및 동 단위 커뮤니티, 나눔 마켓 등 효과적인 위기가구 발굴 및 지원을 위한 필수 기능을 추가 탑재할 예정이다.
한편, 시는 지난 5월 네이버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위기가구 발굴 시스템을 개발했다. 위기가구로 예측된 정보를 인공지능이 먼저 상담하고, 부재중이거나 추가 상담이 필요한 경우 등 도움이 꼭 필요한 대상자에게 질 높은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시는 통보받은 위기 정보 확인 대상자에서 30% 이상의 도움이 불필요한 인원을 선별할 수 있어 더 내실 있는 복지서비스 제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향후 시는 '스마트 복지·안전 공동체 사업'의 고도화(2.0)도 추진할 계획이다.
온(溫)스토어는 관리기능을 강화하고, 서포터스 활동을 통해 서비스 질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둔다. 스마트온(溫) 앱에는 1인 취약계층 가구가 스스로 안부 등록 및 인센티브 제공 기능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온(溫)콜은 다양한 상황에 따른 시나리오를 인공지능에 학습시켜 활용도를 높일 방침이다.
조용익 시장은 "변화와 혁신을 선도하는 부천시가 공동체 강화와 첨단 기술을 활용해 우리 사회의 복지·안전 문제를 해결하려는 새로운 시도를 선보이고 있다"며 "부천형 스마트 복지·안전 시스템으로 위기가구를 신속히 발굴해 지원하고, 복지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부천/김연태기자 kyt@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