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콘텐츠를 살려줘
도시재생 완료후 '유지·관리'… '하나의 커뮤니티'로 키운다 [로컬 콘텐츠를 살려줘·(2)]
일본의 도시 지키는 방법
입주기업 출자금 등 단체 꾸려가
공유오피스·공용공간 '카페' 운영
벼룩시장·요리교실·음악공연 다채
지난달 26일 일본 도쿄도 시나가와구에 위치한 오사키역 중앙 도보교. 오사키지구매니지먼트가 관리하는 시민단체의 지역 특산품 판매 부스가 설치 중이며, 옆에선 아침 출근길의 직장인이 노트북을 든 채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2024.9.26 일본 도쿄도/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 |
일본 도쿄도 시나가와구의 '오사키 지구'는 원래 시커먼 연기굴뚝으로 빽빽한 노후 공장지대였다. 도쿄 주변의 수도권이지만 공장을 오가는 노동자들 외엔 유동·생활 인구가 적었다.
그런데 약 20년 전부터 도시가 변했다. 국가 정책에 따라 공장 대부분이 수도권 밖으로 옮겨지고 1985년 도쿄의 부도심 중 하나로 지정되며 개발이 시작된 뒤 2002년 도쿄 중심지와 이어지는 린카이선까지 개통돼 새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덕분에 연기만 내뿜던 공장들 대신 일본 대표 기업 중 하나인 소니(SONY)와 미쓰이부동산(三井不動産) 등 65개 기업이 입주한 고층 건물들로 멋들어지게 스카이 라인을 그려내는 신도시가 됐다. 하지만 오사키 지구가 더 집중한 건 이렇게 재생해 낸 도시를 어떻게 지속할지였다.
당초 도시 재생과 개발을 맡아 온 '오사키역 서부지구 지역개발협의회'가 '오사키 지구 매니지먼트(이하 단체)'로 2019년 바뀌어 설립된 게 기점이었다. 오사키역 주변의 '도시재생'이던 목표를 개발 완료와 동시에 '유지·관리'로 전환한 것이다. 65개 입주 기업 출자금과 시나가와구 보조금 등으로 운영되는 이 단체는 이곳 60만㎡ 내 공공 시설·공간·토지 등을 수탁받아 오사키 지구를 '하나의 커뮤니티'로서 유지하며 발전시키고 있다.
지난달 26일 방문한 일본 도쿄도 시나가와구의 오사키 지구 내 지역 커뮤니티 업체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직장인들이 노트북을 펴고 근무하고 있다. 2024.9.26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 |
실제 지난달 26일 방문한 오사키 지구 곳곳에서 하나로 연결된듯 나란히 서있던 건물들뿐 아니라, 서로 다른 건물에 근무하는 사람들도 같은 커뮤니티나 공간에서 연결돼 살아간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오사키 지구 직장인들과 주민들의 공유오피스, 공용 공간 역할을 하는 한 카페에서 만난 두 커뮤니티 빌더 야구치 아키코, 아이지마 루나가 속한 민간 커뮤니티 업체 (주)와트가 그 연결다리 중 하나였다. 이들은 시나가와구와 단체의 제안을 받아 이 카페를 대신 운영한다.
그러면서 주민들의 수제품 판매와 벼룩시장, 바리스타 초청 커피 수업, 한국·인도 주방장 요리 교실, 라이브 밴드 음악 공연 등 다양한 행사를 열어 오사키 지구에 사는 사람들을 이곳에 불러모아 하나의 커뮤니티로 연결하고 있었다.
이날 야구치 아키코 커뮤니티 빌더는 인터뷰에서 "원래 일반적인 마을회관으로 운영하려 했는데 그러면 특정 계층만 모일 것 같아 친숙한 카페 형태의 개방 공간을 마련하게 됐다"며 "지금은 커뮤니티 빌더라는 하나의 모델로서 성공해 다른 지역이나 아파트 단지에서도 이런 방식의 운영을 부탁해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본 도쿄도/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4년 KPF디플로마-로컬 저널리즘' 과정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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