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25년 슬픔' 바다에 국화 띄운 인현동 화재참사 유가족

입력 2024-10-30 19:48 수정 2024-10-30 21:26
지면 아이콘 지면 2024-10-31 6면

팔미도 앞바다서 열린 추모제

성인 1명 제외 중·고교생 희생
유정복 인천시장, 행사서 사과
학생교육문화회관서 전시 진행


인현동 화재 참사 25주기
인현동 화재 참사 25주기를 맞은 30일 유가족들이 희생자들의 유해가 뿌려진 인천대교 인근 해상에서 헌화하고 있다. 2024.10.30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우리 딸 엄마 왔다…."

30일 낮 12시20분께 인천 중구 팔미도 앞바다 11번 부표 앞에 인현동 참사 유가족들이 탑승한 유람선이 멈춰 섰다. 이들은 25년 전 떠나보낸 자녀의 이름을 되뇌며 국화 한 송이를 푸른 바다에 던졌다. 수면 위를 떠내려가는 국화꽃에 한참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이날 인현동 참사 25주기를 맞아 인천시교육청과 인현동 화재참사 학생희생자 유족회는 추모제를 열었다. 1999년 10월30일 인천 중구 인현동 한 상가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로 건물에 있던 57명이 숨졌다. 성인 1명을 제외한 나머지 희생자는 모두 10대 중·고교생이었다.

 

인현동 화재 참사 25주기 해상추모제
인현동 화재 참사 25주기를 맞은 30일 유가족들이 희생자들의 유해가 뿌려진 인천대교 인근 해상에서 헌화하고 있다./김용국기자yong@kyeongin.com

 

희생자 이지혜(사망 당시 17세)양의 어머니 김영순(70)씨는 딸아이의 유해가 뿌려진 바다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참사 이후 지혜양은 '종사자'로 분류돼 보상에서 제외됐다. 이와 관련해 김씨는 아직도 인천시와 중구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벌이고 있다. 김씨는 "밝고 명랑했던 지혜의 마지막 모습이 생생히 기억난다"며 "참사 직후엔 경황이 없어 지혜가 아르바이트생으로 기록에 남았는지 몰랐는데, 그때 바로잡지 않은 것을 딸아이에게 미안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해상추모제에 참석한 유가족 20여 명은 희생자 유골을 뿌린 인천 앞바다를 5년 만에 다시 찾았다. 이날은 세월호 참사, 삼풍 백화점 붕괴 사고, 대구지하철 참사 등 전국의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도 함께했다. 유가족들은 배편 마련 등으로 매년 해상 추모 행사를 진행할 여력이 되지 않자 5년에 한 번씩만 이 행사를 열고 있다.

 

11월 3일자 경인일보.
1999년 11월 3일자 경인일보 지면.

 

"딸아이가 살아있었다면 마흔을 훌쩍 넘겼을 텐데…·." 또 다른 희생자였던 김태연(사망 당시 19세)양의 아버지 김동한(72)씨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잠시 마음을 가다듬은 그는 "시간이 이렇게 지났는데 비슷한 참사가 반복되고, '그런 곳에 왜 갔느냐'며 피해자를 탓하는 말이 아직도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오후 3시에는 인현동 참사 이후 그 장소 인근에 건립된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 추모식이 이어졌다. 추모식에는 유정복 인천시장,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등이 참석했다. 인천시장이 인현동 참사 추모제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유 시장은 추모사에서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인천시장이 이 자리에 서기까지 25년 걸렸다"며 "그동안 전 시장이 지난날의 참사를 외면하는 것이 맞는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역대 인천시장을 대신해 죄송하다"고 했다.

이재원 인현동 화재참사 학생희생자 유족회장은 "그동안 인천시는 참사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일에 손을 놓고 있었는데, 우리 아이들도 학생이기 이전에 인천시민이었다"며 "다시는 같은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인천시가 나서서 참사를 추모하고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현동 참사 25주기 추모 전시 ‘결코 작별하지 않는다’
내달 3일까지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2층 전시장에서 열리는 인현동 참사 25주기 추모 전시 ‘결코 작별하지 않는다’에 전시된 설치미술가 이탈의 라이트 아트 작품. 2024.10.30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2층 전시장에선 지역 시민사회와 예술인들이 마련한 추모 전시 '결코 작별하지 않는다'가 진행 중이다. 90년대 많이 쓰인 56개 백열전구 앞에 희생자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쓴 투명한 위패가 놓였다. 설치미술가 '이탈'의 작품이다. 희생자를 상징하는 백열전구의 불빛이 하나둘씩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하더니 이윽고 모두 켜지면서 하나의 빛으로 완성된다.

어둠에 감춰진 희생자들의 이름을 환하게 밝혀주는 그 빛은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라고, 하나하나 애도하자고 관람객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무용가 박혜경은 이 작품 앞에서 '엄마의 아린 마음'을 가슴에 묻고, '애도하는 마음'을 우리의 가슴에 묻는 것을 표현한 몸짓으로 25년 전 참사를 잊지 말자고 했다. 유가족과 시민들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 모습을 지켜봤다.

/박경호·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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