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P Photo=연합뉴스)

   마침내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다. 원정 월드컵에서 사상 첫 16강 진출을 노리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23일 오전 3시30분(이하 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의 더반 스타디움에서 나이지리아와 2010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 B조 3차전을 치른다.

   1승1패의 한국은 16강 진출의 좋은 기회를 잡았지만 2연패를 당한 나이지리아 역시 조별리그 통과 가능성이 남아 있어 총력전이 예상된다.

   같은 시각 킥오프될 아르헨티나(2승)-그리스(1승1패)의 경기 결과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지만 한국은 일단 나이지리아를 이겨야 16강 진출의 희망을 키울 수 있다.

   한국-나이지리아 경기의 관전 포인트를 살펴본다.

▲ (REUTERS=연합뉴스)

◇에니에아마 뚫어야 `새 역사'
이번 맞대결에서 지는 팀은 끝이다. 안정적인 경기 운영이 필요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비겨서 승점 1을 나누는 것도 한국으로서는 불안하다. 일단 나이지리아를 꺾어 2승1패가 되면 16강 진출은 유력해진다.

   나이지리아는 아르헨티나(0-1 패)와 그리스(1-2 패)에 잇달아 패했지만, 빈센트 에니에아마(하포엘 텔아비브)라는 걸출한 골키퍼를 보유하고 있다.

   에니에아마가 없었더라면 나이지리아는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의 공세를 1골로 막아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스와 격돌에서 미드필더 사니 카이타(알라니야 블라디캅카스)의 퇴장으로 10명이 싸우면서 한 골 차 패배로 끝낼 수 있었던 것도 에니에아마의 활약 때문에 가능했다.

   팀은 패했지만 두 경기 연속 MVP격인 `맨오브더매치'로 에니에아마가 선정된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2002년부터 나이지리아 국가대표로 뛴 에니에아마는 20일 현재 이번 대회 선방 부문에서 1위(14개)에 올라 있다.

   에니에아마를 뚫어야만 한국의 원정 월드컵 첫 16강 진출도 가능하다.

  
◇나이지리아에 무패행진 이어가면 `16강 유리'
한국은 지난해 아프리카에서 열린 두 차례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에서 아프리카 팀에 발목을 잡혔다.

   먼저 10월 이집트에서 열린 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전에서 가나에 2-3으로 패했다. 가나는 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어 FIFA 17세 이하(U-17) 월드컵 때도 역시 8강에서 개최국 나이지리아에 1-3으로 졌다. 한국을 꺾은 나이지리아는 대회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16강 진출의 중대 갈림길에 아프리카 팀과 맞닥뜨렸다.

   월드컵 본선에서 아프리카팀을 만나기는 이번이 두 번째다. 한국은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토고에 2-1로 역전승을 거뒀다.

   허정무호도 아프리카 팀과는 잘 싸웠다.

   비록 올 1월 국내파 중심으로 대표팀을 꾸려 남아공에서 전지훈련을 하다 치른 잠비아와 친선경기에서 2-4로 지긴 했지만, 지난해 10월 세네갈과 평가전에서 2-0으로 이겼고 지난 3월 영국 런던에서 최정예 멤버로 맞붙은 아프리카 최강 코트디부아르와 친선경기에서도 2-0 완승을 거뒀다.

   게다가 한국은 역대 나이지리아와 세 차례 A매치를 벌였는데 한 번도 지지 않았다.

   1983년 6월 대통령배대회에서 1-0으로 이겼고, 2001년 9월 대전에서 치른 평가전에서 2-2로 비기고 나서 사흘 뒤 부산으로 장소를 옮겨 벌인 재대결에서는 2-1로 승리했다.

   당시 결승골을 넣은 선수가 이동국(전북)이다.

  
◇잔디 및 나이지리아 광적 응원도 변수
한국과 나이지리아 선수들은 경기를 치를 더반 스티다움에서 훈련 한번 해보지 않고 맞대결한다.

   더반 경기장은 대회 개막 직전까지 공사를 벌였는데, 잔디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 전에 이번 대회 조별리그 세 경기를 치러 현재 그라운드 사정이 좋지 못하다.

   결국 한국 대표팀은 대회 조직위원회의 요구로 경기 전날 더반 스타디움에서 해야 할 공식 훈련을 팀 훈련장인 프린세스 마고고 스타디움에서 하고 결전에 나선다.

   지난 19일 이곳에서 대결한 네덜란드와 일본 대표팀도 그랬다.

   태극전사들은 21일 오후 더반 스타디움을 찾아 잔디를 한번 밟아보고 팀 훈련장으로 이동한다.

   물론 나이지리아도 조건은 같다. 어느 팀의 경기력에 더 영향을 미칠 지가 관건이다.

   게다가 더반 스타디움의 잔디는 짧다. 패스 속도가 빨라져 신경써야 한다. 대표팀이 21일 프린세스 마고고 스타디움에서 첫 훈련을 하기 직전 그라운드에 잔뜩 물을 뿌려 놓고 담금질을 시작한 것도 빠른 패스 속도에 적응하기 위함이다.

   나이지리아 팬의 광적 응원도 걱정이다.

   이번 대회 조직위원회가 밝힌 더반 스타디움의 좌석 수는 6만2천760석으로,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8만4천490석)과 케이프타운 그린포인트 스타디움(6만4천100석)에 이어 세 번째로 크다.

   이중 한국 응원단이 500석 정도를 차지하고, 나머지 좌석은 대부분 나이지리아 팬이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선수들은 이미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치른 아르헨티나와 2차전 때 8만2천174명의 관중 앞에 서 봤다.

   하지만 안전 문제까지 위협할 정도로 광적인 나이지리아 팬의 응원은 적지않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