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신춘문예

[2014 경인일보 신춘문예]시 당선작 '앵무새의 난독증'/조유희

   
▲ 일러스트/박성현기자
의자 위에 두 개의 오렌지가 놓여있어요 나는 저 오렌지를 노란 앵무새라 불러요 한 마리는 어제로부터 날아왔고, 또 한 마리는 내일로부터 날아왔어요 어제의 혀가 내일의 혀를 그리워할 때, 당신은 내게 상큼한 거짓말로 다가왔어요

나는 당신을 앵무새라 불렀지요 당신과 나 사이의 간격은 너무 아슬해서 도저히 잡을 수 없어요 한 자리에 오래 머물지 못한 앵무새는 사·랑·해·사·랑·해를 원했어요 그럴 때마다 하나씩 뽑아낸 깃털 때문인지 앵무새는 몇 초마다 각을 세워요 나는 우울한 오렌지를 갖고 싶었지요

구차한 변명 따윈 상관하지 않을래요 잊지 말자는 그 매혹적인 말, 그 말을 따라가면 당신을 만날 수 있을까요? 어제의 의자에 내가 머물지 못한 것은 오늘의 당신이 혼자이기 때문이지요 혼자가 아니라 둘이라서 오렌지는 앵무새가 되고, 오늘의 의자가 어제의 오렌지를 기억하듯 나도 내일의 앵무새를 기억할래요 오렌지가 오렌지를 사랑하는 오늘밤에 과연 내가 당신을 사랑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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