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침몰 여대생 대자보.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 발생 일주일째인 22일 오후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 현관에 실종자 가족이 정부에 바라는 대자보가 붙어 있다. 진도/임열수기자 |
"나는 어쩔 수 없는 어른이 되지 않겠습니다"라는 첫 문장으로 시작한 대자보에는 "재난사고 어쩔 수 없었다. 아는 게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 돈이 많이 들어 어쩔 수 없었다. 지위가 높으신 분이라 어쩔 수 없었다. 내가 살려면 어쩔 수 없었다. 내 나라가 대한민국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적혀 있다.
이어 "세월호는 소시민의 거울상이다. 책임을 다한 사람들은 피해를 보고 결국에 이기적인 것들은 살아남았다"며 기성세대의 무책임함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첫 장은 "이 나라에서 내 소중한 사람을 지킬 수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지고 "분하고 억울하다"로 마무리짓는다.
둘째 장은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이번 사고와 관련해 책임을 묻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언급하며 "수많은 사람의 생명이 달린 직업에 1년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게 맞느냐고 먼저 묻고 싶다"로 시작했다.
또 대자보에서는 "몇백 명의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직업에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사회를 만든 우리가, 1년 계약직 선장에게 책임에 대해 묻는 것은 책임 전가는 아닌지"라며 의문을 던졌다.
마지막 장에서는 "'세월' 따위로 이 많은 사람 보내려니 마음이 아려온다. 또 내가참담한 '세월'을 몇십년 더 보내려니 착잡한 마음이 끝까지 올라온다. 더 이상의 인명피해 없이 무사귀환 간절히 바랍니다"고 적혀 있다.
해당 대자보는 스무 살의 자원봉사자가 쓴 것으로 실종 고교생 친누나의 친구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 자원봉사자는 "동생들이 많이 희생됐다. 지금은 책임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단 구조부터 해야 한다"며 울음을 터뜨린 뒤 팽목항에도 같은 내용의 대자보를 붙이겠다며 친구인 실종자 누나와 함께 떠났다.
기성세대를 비판하는 이 대자보 바로 위에는 인천하늘고 학생들이 단원고 학생들에게 보낸 편지와 쪽지가 함께 붙어 있었다.
<저작권자 ⓒ 경인일보 (www.kyeongin.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 [세월호 침몰]팽목항 시신확인 현장… 주검이 된 자식앞에 '통곡'
- [세월호 침몰 실시간 뉴스]핵심 승무원 4명 추가 영장청구
- 실의와 무력감에 빠진 국민들, 희망을 갖자
- 조사받던 세월호 기관사 자살기도
- [세월호 침몰]수원·성남·용인 화장장 희생자 유족에 편의제공
- 세월호 식당 진입로 확보, 선체 3∼4층 집중 수색… 사망자 87명으로 늘어
- [세월호 침몰 실시간 뉴스]외국인 희생자 시신 수습… 러시아인 남학생 등 3명
- [세월호 침몰]생존자 양모씨가 밝힌 침몰사고 재구성
- [세월호 침몰]세월호, 평택·태안 시계 500m 안되는데 운항승인
- 오선화, 세월호 침몰 언급 '한국인은 이기주의자… 관계 끊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