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동포인 이모(76·여)씨는 지난 1940년 중국 랴오닝성에서 태어났다. 한국인 부모를 둔 이 할머니는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었지만, 1949년 10월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되면서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중국 국적을 가지게 됐다.
그 후 지난 1994년 한국 법무부는 55세 이상 중국동포들에게 친척방문 목적의 입국을 허용했지만, 이 할머니는 비자를 발급받을 수 없었다. 중국 정부에서 생년월일을 잘못 기재하면서 이 할머니 나이가 당시 54세로 1살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이 할머니는 부득이 생년월일을 몰래 고치고 여권을 발급받아 한국 땅을 밟았다. 이후 이 할머니는 한국에 불법체류하다가 지난 2011년 서울출입국관리소에서 재외동포 자격으로 체류허가를 받았다.
또 이 할머니는 국적을 되찾고자 같은 해 국적회복허가 신청을 냈지만 거절당했다. 이 할머니가 장기간 불법체류 한데다가 위변조한 여권을 사용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할머니는 이에 굴복하지 않고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국적회복불허가처분취소 소송을 냈고, 끝내 재판부는 국적을 잃은 지 66년만에 이 할머니의 손을 들어줬다.
수원지법 행정1부(부장판사·장순옥)는 29일 “원고가 부정한 방법으로 여권 및 사증을 발급받았으나 중국 공부상 생년월일이 잘못 기록되면서 비롯됐다”며 “원고와 같은 중국동포들의 국적을 회복해주는 것은 오랫동안 국권을 잃은 나라의 유민으로 받은 역사의 상처를 치유하는 의미도 가진다”고 판시했다.
/조영상기자 donal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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