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가 진영근 씨 한글서체 개발 마무리

“자연스럽고, 멋있고, 정감있고… 그러면서도 보기에 편안한 글자를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조만간 돌에 새겨서 찍어낸 귀한 글자체를 인터넷 상이나 인쇄물로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될 듯하다. 전각(篆刻)으로 유명한 서예가 공재(工齋) 진영근(47·군포시 산본동)씨가 개발한 6가지 한글 서체(폰트·font·종류와 크기가 같은 활자 한 벌)가 작업 완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국내 유수의 서체회사인 산돌글자은행의 의뢰로 시작한 이번 일은 진씨의 글자체 6가지를 폰트로 개발하는 작업이다.



국내에 유례를 찾기 어려운 전각 서체는 여타 서체와는 판이하게 다른 맛을 낸다. 돌에 새긴 글자 특유의 힘과 예스럽고 고졸한 맛이 말랑말랑한 종이 글자체와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진씨가 한 서체당 새겨야 하는 글자는 한글 2천350자와 약물·기호 등 모두 2천600여자. 6가지 서체 1만5천600여자를 단단한 납석에 1.5×1.5㎝ 규격으로 칸을 만들어 전각용 조각도로 일일이 새긴다. 지난 7월 본격적으로 새김을 시작해 올 연말 완성 예정인데, 시력이 급격히 떨어져 돋보기를 쓰게 됐다고 전한다.

폰트 개발은 가독성과 통일성이 필수적이어서 서예의 리듬감을 살려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한 글자 안에서 강약, 단순·복잡의 관계를 조절하면서 소밀(疏密)함을 살리려 한다. 절제 속에서 자유를 구사할 수 있는 서예에 비하면 지루한 반복이다. 하지만 인터넷시대를 사는 서예인에게는 사명감에 찬 성스러운 작업이기도 하다.

“서예인에게 일반인이 널리 사용할 수 있는 서체를 개발하는 일은 매우 의미가 있습니다. 그동안 몇 분이 스스로 서체를 개발한 사례도 있구요. 저 역시 서체 개발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지난 98년 '채근담' 1만6천여자를 전각한 제 전시회를 눈여겨 본 서체회사에서 저를 찾아왔더군요. 아무 조건 없이도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터라, 선뜻 제의를 승낙했죠.”

인터넷의 보급을 타고 다양한 서체에 대한 갈증이 일면서 손맛이 느껴지는 서체가 늘었다. 국내에서 개발된 서체만도 3천여종에 이른다는 게 업계의 설명. 서체는 이제 정보전달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뛰어넘어 일상에서 우리 글자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매개체이자 한 국가의 문화적 원천을 상징하기도 한다.

“우리 글자의 아름다움과 멋을 쓰임새 있게 만들어내는 작업이죠. 돌에 글자를 파는 일은 사실 완전히 노동입니다. 눈은 아리고 손은 퉁퉁 붓고 온몸이 저리죠. 하지만 작업을 하면서 '만인이 사용하는 매체문화의 개척자'라는 인식을 스스로 하게 됐어요.”

훈민정음 반포 당시의 서체에 바탕을 두고 편지체와 '무위(無爲)의 체'에 이르기까지 억지스럽지 않고 편안한 서체를 만들고 싶다는 진씨는 이번 작업을 마치는 대로 다시 새로운 한글서체를 개발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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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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