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설장고 명인 이부산 선생

설장구 명인 이부산(61·사진) 선생의 예술인생 50년을 기념하는 공연이 오는 29일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다.

6세 때부터 장구를 잡은 이부산 명인은 김덕수 사물놀이패와 쌍벽을 이루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두레패 사물놀이패를 거쳐 현재 경기도립국악당에서 지도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또한, 진주·삼천포농악(중요무형문화재 제11-가호) 전수조교로서 후진 양성과 국악의 대중화에도 힘쓰고 있다.

설장구 명인은 여럿 있지만 이부산 명인의 기법은 남다르다. 전립을 쓰고 채상모짓을 하며 박진감 있게 덩더꿍 가락으로 돌아가는 점에서는 영남의 진주·삼천포 설장구 명인임이 틀림없지만, 잔가락이 아기자기한 점에서는 호남 우도 설장구의 멋도 한껏 느껴진다.

‘친구, 유랑 세월 속에서 맺은 인연’이란 주제로 마련한 이번 공연은 광개토 사물놀이 예술단의 대북 합주, 경기도립 사물놀이패(조갑용, 이부산, 강호규, 이상관)의 ‘호남우도 사물놀이’로 무대를 연다.

이어 국악 앙상블 The 나린, 용인대 국악과 타악파트(지도 이석종) 등 40명이 출연하는 우도 설장구 대합주, 평생의 반려자인 김연자 명창을 중심으로 한 소리팀의 남도민요가 화려하게 펼쳐진다.

또한 부친인 인간문화재 故 이준용 선생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물 ‘아버지의 이름으로’를 상영하는 등 명인의 인연들과 예인으로서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무대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이부산 명인과 선후배 예인들이 함께하는 명인전이다. 전설적인 쇠잽이 이광수의 비나리, 전라북도 지정 무형문화재 7호(부안농악) 상쇠 기능보유자로서 호남 우도농악의 최고 상쇠인 나금추의 상쇠춤, 이부산 명인의 설장구 공연은 서양음악이 맹위를 떨치고 있는 시대이지만 여전히 당당하게 포효하는 우리의 풍물가락 한 판을 신명나게 들려준다.

이부산 명인은 “50여 년의 예술인생 속에서 만난 지인들과 제자들이 함께 모여 만든 무대”라며 “명인들의 예술 인생을 후배들과 공유하며 설장구의 매력을 재조명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부산 명인 예술인생 50주년 기념공연 ‘친구, 유랑 세월 속에서 맺은 인연’. 12월 29일 오후 7시30분. 국립국악원 예악당. 티켓 3만원. 문의:070-8282-7119

/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 · 사진/이부산설장고연구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