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도교육청 사상 첫 준예산 사태
3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본회의장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포함한 내년도 예산안 의결에 반대해 의장석을 점거한 새누리당 의원들과 의장석 진입을 시도하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몸싸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의회의 내년 도·도교육청 예산안 처리가 불발됐다. 

해를 넘겨서까지 예산안을 확정하지 못한 만큼 도와 도교육청은 법령상 규정된 예산 등만 제한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준예산' 체제에 돌입하게 된다.

31일 도의회 여야는 누리과정 지원 문제를 두고 본회의장에서 자정까지 대치했다. 새누리당 도의원들은 예산안 처리를 막기 위해 지난 30일부터 이틀 동안 의장석을 점거했고, 급기야 더불어민주당 내에선 회의 장소를 옮겨서 예산안을 처리하자는 주장마저 거세게 일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회의 장소를 바꾸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했던 강득구 의장마저 저녁까지 사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준예산만은 막아야 한다. 회의 장소를 옮기는 것까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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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본회의장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포함한 내년도 예산안 의결에 반대해 의장석을 점거한 새누리당과 의장석 진입을 시도하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충돌해 의원석이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이날 오후 11시 38분께 강 의장 대신 본회의장에 들어온 김유임(더민주·고양5) 부의장은 새누리당 도의원들을 향해 "지금으로부터 의장으로서 사회권을 갖겠다. 회의를 진행해야 하니 의장석에서 내려오라"고 외쳤다. 

새누리당 도의원들은 의장석으로 들어가려는 김 부의장을 저지했고, 이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도의원들과 20여분간 몸싸움을 벌였다. 바닥으로 떨어지거나 다른 의원에게 밀려 일부 도의원들이 허리와 어깨 등을 다쳤고 119 구급대가 출동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자정이 돼 '준예산' 체제에 돌입해서야 도의원들의 몸싸움도 멎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준예산으로 인해 경기도는 민생 경제, 서민 복지, 재난 방지 등의 사업이 불가능해졌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경기도민에게 돌아가고 모든 책임은 남경필 도지사와 새누리당에 있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새누리당도 '맞불' 성명서를 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30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날치기 예산안을 통과시킨 것도 모자라 본회의장에서 예산안 강행 처리를 시도해 동료 의원들을 부상으로 몰고 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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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본회의장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포함한 내년도 예산안 의결에 반대해 의장석을 점거한 새누리당 의원들과 의장석 진입을 시도하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몸싸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 의장도 "의장으로서 이번 사태에 대해 사죄드린다. 준예산 체제로 새해를 시작하는 것에 대해 참담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면서도 "표결의 기회마저 박탈당한 것은 아쉬움이 크다"고 밝혔다.

도와 도교육청은 준예산 체제에서 쓸 수 있는 비용 내역 검토에 착수했다. 여야가 마지막까지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던 누리과정 지원비는 법령상 규정된 비용에 포함되지만 도교육청이 어린이집에 누리과정비를 지원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해온 만큼, 실제 지원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준예산 체제는 도의회가 예산안을 의결할 때까지 이어진다. 남경필 도지사는 "도의회에서 예산안이 처리되지 못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준예산 체제를 끝낼 수 있도록 도의회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