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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일부 단체장 준예산 수용
장기화땐 다른 사업에 차질
남지사 연정도 치명타 입어


경기지역 유치원 보육대란이라는 '시한폭탄'은 각 가정에 대한 수업료 청구가 본격화된 20일 작동을 시작했다.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며칠 내로 폭발할 수밖에 없다는 게 경기지역 유치원 관계자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날도 교육청 압박에만 매진했고 도교육청도 "준예산으로 집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고히 하는 등 모두 폭탄 앞에서 속수무책이다.

경기도는 사정이 마찬가지인 어린이집의 '구원투수'를 자처했지만(경인일보 1월20일자 1·3면 보도) 보육대란을 막자니 민생대란이 올 판인 데다 민선 6기 핵심 정책인 연정에도 금이 가고 있어 딜레마에 빠져 있다.

■ '시한폭탄' 보육대란…정부·도교육청 '요지부동'

= 교육부는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행복' 분야 합동 업무보고에서 "시·도교육청의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조기에 완료하겠다"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했지만 정부 차원의 대책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사전설명에서 "교육청 예산 구조를 분석한 결과 충분히 여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정부가 '교육청 압박' 외엔 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도교육청도 완고하긴 마찬가지다. 이재정 교육감은 이날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국가 책임으로 누리과정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남경필 도지사는 이 부총리를 만나 "정부와 교육청이 누리과정 문제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 '구원투수' 경기도는 민생대란·연정 위기에 딜레마

= 교육부와 교육청의 '치킨게임'으로 유치원은 '시한폭탄' 상태가 됐지만, 어린이집은 도의 준예산 투입 결정으로 한숨을 돌렸다. 지방비 투입을 반대한다던 야권 단체장들도 "도비가 내려온다면 받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하나둘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그래픽 참조

그러나 도의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예산안이 의결돼 준예산 체제가 끝나면 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이 다시 불투명해진다. 준예산 체제가 길어지면 누리과정은 계속 지원할 수 있지만 민생과 직결되는 다른 도 자체 사업이 줄줄이 차질을 빚게 된다. '민생대란'과 '보육대란' 사이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도의회 더민주 김현삼(안산7) 대표는 "남 지사가 준예산으로 발이 묶인 다른 사업에 관심이 없다는 방증"이라고 꼬집었다. 김 대표는 도의회 고문 변호사에게 도가 준예산으로 누리과정을 지원할 수 있는지 자문한 결과 6명 중 4명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면서 "남 지사에 대한 고소·고발과 준예산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기를 맞은 연정은 더민주와의 갈등을 키우며 도의 딜레마를 더 심화시키고 있다. 이날 회동한 이찬열 더민주 도당 위원장과 이기우 도 사회통합부지사, 도의회 김 대표는 "남 지사의 행보에 연정 정신이 훼손됐다"는데 공감했다.

이 부지사는 "누리과정에 대한 이견을 떠나 중요할 땐 작동하지 않는 현재의 연정이 제대로 된 것인지, 계속 가야하는 건지 고민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기정·조윤영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