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공은 적치장에 운반만 맡아
판매어려움 대비 조항도 없어
당시 대통령·군수·도지사등
'같은당' 정치적 이해로 체결
2010년 1월 한국수자원공사(K-water)와 여주시(당시 여주군)는 '한강살리기사업 골재처리 협약서'를 작성했다. 순수익금 배분 내용까지 담은 A4용지 5장 분량의 협약서는 6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 여주시의 행·재정을 옥죄는 '족쇄'가 되고 있다.
당시 4대강 준설토를 판매할 때까지 모든 업무를 여주시가 담당하기로 협약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준설토는 인공야산으로 전락하는 등 판매사업 자체가 실패했지만 협약서상 갑(甲)인 수공은 업무를 이관했다며 모든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
#모든 책임 지운 불평등 협약
= 협약서 업무분담(제5조)을 보면 갑인 수공은 강 바닥에서 퍼올린 준설토를 적치장까지 운반만 하기로 했고, 을(乙)인 여주시는 적치장 운반 이후 발생하는 제반업무를 담당하기로 했다. 제반업무에는 적치장 선정부터 관리·운영, 골재 관리업무, 골재수익금 관리까지 포함됐다.
같은 협약에서 사업비 부담 몫도 정했는데 5조에서 명시한 업무 범위만으로 한정시켰다. 이에 여주시는 정부(기관)의 예산지원 한 푼 없이 지난해 말까지 420억원을 사용해야 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협약내용에 판매되지 않을 가능성을 대비한 준설토 처리에 대해서는 한 줄의 언급조차 없다는 것이다.
다만 앞서 2009년 6월 국토교통부(당시 국토해양부)가 마련한 '4대강 하천 준설토 처리지침'을 따르도록 했는데 지자체 주도의 매각이 어려울 경우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한 경쟁입찰을 통해 골재를 판매하도록 한 것이 고작이다.
하지만 이 마저도 골재 판매시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폭락 등을 방지하기 위해 시장의 수급조절을 고려해 판매하도록 규정(9조)했다.
강바닥에서 2천952만4천㎥의 막대한 양의 준설토를 퍼올려 공급체계에 심각한 영향요인을 만들어 놓고 자치단체인 여주시에 수급조절, 판매 등의 책임을 떠넘긴 것이다. 물론 판매지연에 따라 늘어나는 재정부담 역시 여주시 몫이다.
수공은 4대강 준설토를 적치장에 모두 쌓아놓은 후 2012년 8월 골재처리협약을 지방국토관리청으로 이관했다. 준설토와 완전히 '선'을 그은 것이다.
수공 관계자는 "4대강 공사 당시 여주시와 협약을 맺고 업무를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 이관했다"며 "수자공은 준설토와 관련해 업무상 아무런 연관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불평등 협약은 어떻게 맺어졌나
= 이 같은 협약에 여주시가 서명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의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4대강 사업을 주도한 이명박 대통령과 이기수 여주군수가 같은 한나라당 소속이었다. 경기도지사, 여주지역 국회의원 모두 같은 당이었다. 한 정당 관계자는 "4대강 사업의 성공에 보탬이 되기 위해 이 같은 (불평등) 협약을 맺었을 것"이라며 "여주시 행·재정을 옥죄는 족쇄가 됐다"고 말했다.
/김민욱·김연태기자 kmw@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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