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거북놀이의 한 장면(문화재청 제공)
이천거북놀이의 한 장면. /문화재청 제공

추석 수숫대 벗겨 거북모양 제작
온 마을 돌며 길놀이·굿판 벌여
경기·충청만 이어져 축제 활발
체험하는 문화 '최적 프로그램'


우리의 민속문화 중에서 경기도와 충청도에만 분포하는 놀이가 있으니, '거북놀이'가 바로 그것이다. 이 거북놀이는 마을소년들이 추석에 수숫대를 벗겨 거북의 모양을 만들고 그 속에 사람이 들어가,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길놀이·장승굿·우물굿·터주굿·문굿·조왕굿·대청굿 등을 순서대로 펼치는 민속놀이다.

다른 민속놀이에 비하여 청소년이 이 놀이의 주체인 점, 추석 때에 주로 이루어지는 점, 거북을 만드는 재료가 수숫대인 점, 중부 내륙지방에만 이 놀이가 분포하고 있는 점 등이 특징적이다.

이에 대하여 이 놀이가 청소년의 수명장수를 기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성행하였고, 밭농사와 관련한 수확의례(收穫儀禮)적 속성을 지녔다는 해석이 있다. 이와 함께 거북놀이가 온 마을을 돌며 놀이판을 펼치면서 마을의 전체와 각 가정의 재액(災厄)을 물리치고 복을 기원한다는 사실에 주목하여, 그 기원이 제의적 성격의 굿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어쨌든 놀이의 준비과정에서부터 실제 놀이에 이르기까지 마을 주민들이 모두 참석한다는 점에서 마을의 화합을 도모하는 대동놀이임은 분명하다.

우리나라 거북놀이의 대표는 '이천의 거북놀이(경기도 무형문화재 제50호)'이다. 다른 지역의 거북놀이에 비하여 그 놀이과정과 기물의 형태가 비교적 잘 갖추어져 있고, 이천거북놀이보존회가 있어 거북놀이에 대한 조사·연구·보존이 잘 이루어지고 있으며, 2003년부터 거북놀이 축제가 펼쳐지는 등 그에 대한 현양사업도 활발하다.

이런 노력으로 아이들의 마을놀이가 리(里) 혹은 면(面) 단위의 주민들이 참여하는 축제로 확대·발전하여, 이천을 대표하는 민속축제가 된 지 오래이다. 2012년과 2013년에는 '거북이와 떠나는 여름휴가'라는 행사를 개최하여 청소년들이 거북놀이를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는 등 현양활동이 발전되고 다양화하고 있다.

거북놀이에는 청소년들이 무탈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겨 있다. 자기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무사안녕과 무병장수를 바라는 마음이 녹아있으며 집단놀이를 통하여 구성원의 단합을 도모하는 긍정적 기능도 지니고 있다. 음식을 거두어 같이 나누어 먹으면서 서로에게 온정을 베푸는 기회를 부수적으로 제공한다.

이 모든 것이 우리의 전통문화가 지닌 아름다움이자 힘이며, 풍성한 콘텐츠이기도 하다. 한편 문화의 트렌드가 '눈으로 보는 문화'에서 '몸으로 체험하는 문화'로 바뀐 지 오래이고, 청춘일수록 스스로 체감(體感)하여 체득(體得)하길 원한다.

이런 문화의 트렌트 변화라는 관점에서, 경기도의 거북놀이는 청소년을 위한 최적의 체험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경기도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보존·전승할 가치가 충분한 '우리 경기도의 문화자산'이기도 하다.

이런 학술적, 문화재적 가치가 인정되어 경기문화재연구원이 '경기도무형문화유산학술조사 1'로 '경기도 거북놀이의 전승양상'(민속원, 2014)을 최근 발간했다. 이천 거북놀이를 비롯한 경기도의 거북놀이에 관한 전승양상과 그 실태를 종합적으로 다루고, 거북놀이의 유래·의미· 상징·가치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두었다.

앞으로도 이런 노력들이 끊임없이 이어져 '경기도의 거북놀이'가 경기도를 대표하는 무형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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