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장촌
개발 사각지대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 12년째를 맞고 있지만 경기도내 대표 성매매 집결지가 지자체 별로 정비계획을 추진했다 표류하는 등 도심 속 개발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사진은 지난해 5월 정비기본계획 수립 용역에 들어간 수원역 앞 집창촌.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도내 평택 삼리등 6곳 영업중
수원시만 늦게나마 정비나서
업주등 얽혀 '불법영업' 불구
생존권·보상요구 거칠게 맞서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 11년이 지났지만 '유리방'(집창촌)은 여전히 영업 중이다. 낮밤을 가리지 않는다. 홍등이 켜진 유리방 안에는 풍만한 가슴골을 훤히 내보인 종사 여성들이 의자에 앉은 채 자신의 성(性)을 팔 준비를 하고 있다.

유리방은 성매매 집결지의 대표 유형으로 오피스텔·모텔 등지에서 은밀히 이뤄지는 성매매와 달리 전업형이다. 성을 팔고 사는 것 모두 불법인 현실에서 외부에 드러내놓고 영업 중인 유리방은 '치외법권'이 된 지 오래다. 이 사이 유리방은 도심 속 섬이 됐다.

전문가들은 지자체장의 의지로 얼마든지 도심재개발 등을 통한 성매매 집결지를 없앨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섬을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할 때라는 의미다. ┃편집자 주

청량리 588, 미아리 텍사스로 대변되는 유리방이지만 분포 지역은 전국에서 경기도가 가장 많다. 수원역 앞과 평택 삼리, 파주 용주골, 성남 중동 등 6곳이 영업 중이다. 여성가족부가 집계한 전국 21곳의 28.6%에 해당한다. 올해 9월이면 성매매특별법 시행 12주년을 맞지만 도내 유리방은 여전히 깨지지 않고 있다.

■지자체 뭐했나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인구가 가장 많은 수원시에는 유리방이 50여년 전부터 성업 중이다. 시의 관문이자 얼굴 격인 지하철 1호선·경부선 수원역사 맞은 편 2만2천여㎡ 부지에 99개 업소, 200여명이 종사하는 것으로 현재 추정된다. 노른자 위 땅 위에 들어선 역세권 유리방이다.

하지만 시는 지난해 5월에서야 '수원역 주변 성매매 집결지 기본계획수립 용역'에 착수하는 등 본격적인 정비계획 세우기에 나섰다. '성매매=불법'이라는 등식이 확고해진 지 11년이 지난 후다.

개발계획도 토지(건물)주가 참여하는 일종의 도시환경정비사업(수원역과 같은 상업지역에서 도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시행하는 사업)으로 추진할 방침이 알려졌는데 토지주와 업주(포주), 종사여성간 이해관계가 엇갈릴 경우 자칫 첫 삽도 뜨지 못하고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수원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평택시는 기본계획을 그릴 용역조차 발주하지 않았다. 평택 삼리(52개 업소·145명 종사)는 지하철1호선 평택역사 바로 옆이다.

고덕국제신도시 개발사업, 평택~서울 수서간 KTX개통(오는 8월) 등 각종 호재가 맞물리면서 지난해 하반기 삼리 지역에 59층짜리 초고층 아파트단지 건립사업이 지역주택조합 형식으로 추진됐지만 현재는 조용하다. 평택시는 삼리의 지가(3.3㎡ 당 최대 2천500만원)가 워낙 높아 공영개발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파주 용주골(80여개 업체·180여명 종사)은 지난해 8월 주택정비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조합이 결성되지 않아 답보상태고, 성남 중동(20여개 업체·80여명 종사)은 지난 2011년 재개발 조합 설립에 필요한 인가까지 났지만 공사를 맡을 시공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왜 방치하나

=성매매 집결지는 화약고로 불린다. 조금만 손대려 해도 토지(건물)주와 업주, 종사여성 등이 각각의 '생존권'을 주장하며 거칠게 맞서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개발사업이 진행되면 업주에게 사업시행자가 보상을 해줘야 하는데 불법 영업이다 보니 보상여부는 물론 기준마저 애매하다.

더욱이 성매매 특별법을 놓고 위헌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헌법재판소가 오는 31일 최종 판단예정)에서 행정기관은 강제철거라는 강경책을 빼들 수도 없는 상황이다.

/김민욱·민웅기·신지영기자 kmw@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