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매탄동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강모(46)씨는 최근 리모델링을 통해 가게를 새롭게 단장했다. 서울 서초사옥에서 근무하던 삼성전자 직원들이 수원 본사로 모두 이전한 만큼 사업장 바로 인근에 위치한 가게에 고객이 늘 것이란 기대감에 과감히 투자를 단행한 것이다.
강 씨는 "요즘 같은 불황에 가게에 돈을 들여 내부를 새롭게 단장한 것은 큰 부담"이라며 "하지만 서울에서 근무하던 삼성 직원들이 내려와 환영회나 회식 자리가 많아지는 만큼 매출도 늘 것으로 기대해 과감히 결정했다"고 말했다.
수원디지털시티 정문 입구 앞에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던 김모(31)씨는 서울에서 새롭게 출근하는 직원들을 겨냥해 최근 샌드위치를 사면 커피를 무료로 주는 판촉행사를 시작했다.
이처럼 삼성의 인사이동이 본격화된 이후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인근 지역의 상가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삼성전자 서초 사옥 직원들의 수원 본사 이전에 맞춰 인근 상가 상인들이 매출향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매장 재단장 또는 메뉴를 바꾸는 등 변화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2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서초 사옥에 근무하던 마지막 임직원 700여명과 SDS 일부 직원 등 1천여명 이상이 지난주부터 수원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삼성 인근 매탄동과 원천동 일대 상인들은 이전에 따른 각종 회식은 물론 사업장 수용 인원 증가 등으로 인한 매출 증대에 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 삼성 수원디지털시티 중앙문 앞 매탄4지구 상가에는 '삼성전자 본사 수원 이전 환영' 현수막이 내걸리는 등 이 같은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인근 상인들은 상가 활성화를 위해 아예 삼성 직원들이 출퇴근용으로 이용하는 광역급행버스(M버스) 정류장을 상가 인근으로 이전시켜 줄 것을 지자체에 건의하기도 했다.
정희경 매탄4지구 상가번영회장은 "10년 전까지만 해도 '수원은 삼성이 먹여 살린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로 주변 상권 활성화에 많은 기여를 했는데 솔직히 요즘은 그렇지 못하다"며 "이를 계기로 다시 상권이 활력을 찾을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준성·신선미기자 yayajo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