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토리] 완벽한 간병서비스 '몰래 훔치는 눈물'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시행 '明과 暗'
입력 2016-03-31 20:42
지면 아이콘 지면 2016-04-01 11면
[이슈&스토리] 완벽한 간병서비스 '몰래 훔치는 눈물'

#간호사 say

도내 대형 병원, 간호사 1명이 16명 이상 환자 돌봐
환자 수발·수술 조율등 "머리까지 써야하는 막노동"
임신까지 순번 정하는데… 통합서비스는 "재앙수준"


도내 대형병원 간호사 이모(31·여)씨는 간호 업무를 '머리까지 써야 하는 막노동'이라 표현했다.



이씨의 병원은 3개의 팀으로 나뉜 간호사들이 3교대로 돌아가며 근무하는 일명 '팀간호' 방식을 쓰고 있는데, 병동이 여러 곳이다 보니 1개 병동당 투입되는 간호사는 각 팀당 1명씩 고작 3명이다. 1개 병동을 50병상이라고 했을 때 간호사 1명당 16명 이상의 환자를 돌봐야 하는 셈이다.

"사람들은 흔히 의사의 업무를 보조하는 것이 간호 일의 전부로 착각하지만 그건 빙산의 일각이에요. 환자 수발에다가 자재를 옮기고 나르는 육체노동부터 절대 실수하면 안 될 정신노동까지… 출근을 하고 나면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어요."

이씨는 수술일정이 잡힌 환자를 예로 들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수술일정에 대한 통보와 조율이다. 의사의 스케줄이 시시각각 달라져 정확한 일정을 제때 의사와 환자에게 통보하지 않으면 혼선이 빚어지기 때문에 긴장을 놓아선 안된다.

그다음은 수술 전까지 의사의 오더를 확인해 해당 부위를 상시 체크하고, 수술 직전엔 정확한 집도를 돕기 위해 '라인(수술 부위에 표시를 해 알아보기 쉽게 하는 것)'을 잡아둬야 한다.

수술이 시작돼도 간호사의 일은 끝나지 않는다. 수술방까지 환자를 옮기고 인솔하는 것은 간호사의 몫이다. 정확한 환자 상태를 꼼꼼하게 기록해야 하고 진료비 책정을 위해 수술 수가도 입력해야 한다. 이 모든 일에서 단 한가지라도, 기록된 숫자 하나라도 틀리면 그건 오롯이 간호사의 책임이다.

이씨는 "간호사도 사람인 이상 너무 많은 환자를 담당하며 바삐 움직이다 보면 피치 못할 실수를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며 "실수에 대한 책임 때문에 퇴사하는 동료를 보고 있으면 저 일이 언젠간 나에게도 생길 수 있는 일인 것 같아 마음이 섬뜩하다"고 말했다.

이런 이씨에게 통합서비스는 거의 재앙 수준이다. 아직 이씨의 병원은 통합서비스를 하지 않고 있지만 예상되는 문제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찾아올 문제는 감정노동이다. 간병이 필요한 환자 대부분은 고령이거나 중증환자, 정신질환자로간호사를 함부로 대하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에 간호사의 정신적 과부하를 피하기 어렵다.

이씨가 다니는 병원에서 중환자실 간호사로 일하는 최모(28·여)씨는 "중환자들은 중증 질환에 대한 스트레스로 환청·환각 증세를 겪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 환자와 갈등을 겪더라도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할 때가 있는데 거기에 간병까지 더한다면 환자와의 감정 싸움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환자 관리책임도 더 무거워진다. 정부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병동도우미 등이 팀을 이뤄 간병을 하기 때문에 업무부담이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간호사 입장에서 비의료인인 병동도우미 등에게 시킬 수 있는 일은 환자 위치 옮기기 등의 단순업무로 극히 제한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업무는 간호사가 담당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이씨는 "간호사들의 임신순번제가 사회적 문제가 될 정도로 환경이 열악한데 실상을 좀 더 고려해 현실성 있는 정책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병원 say

복지부·건보공단, 국립대 병원장 불러모아 참여 독려
'안하자니 눈치, 하자니 고민' 간호인력 확보 등 난감
입원기간 증가도 문제… "천천히 시간들여 추진해야"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전국의 국립대학교병원 병원장들을 불러모아 통합서비스 참여를 독려했다. 건보공단 성상철 이사장은 이 자리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고 "국립대학병원이 적극 참여해 통합서비스 정착을 선도해 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병원으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참여가 의무는 아니지만 정부가 연이어 간담회를 열고 병원장들을 초청해 참여를 요청하니 하지 않기도 어렵고, 막상 하자니 고민되는 부분이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도내 A종합병원 관계자는 "복지부가 참여를 해달라고 계속 강조하니 막상 거기서 못하겠다고 답한 병원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선뜻 결정하기엔 내부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다"고 토로했다.

병원들이 가장 먼저 직면한 문제는 간호사 확보다.

중소규모인 도내 B병원의 경우 신청기준인 필수기반시설과 장비를 갖췄지만 정작 간호 인력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임금을 월 20만원 정도 인상해 공고를 띄워도 지원자 자체가 없다 보니 어쩔 도리가 없는 실정이다.

통합서비스 조기확대시행으로 상급종합병원부터 지역 의원까지 간호사 모집전쟁이 벌어지다 보니 자연스레 간호사들이 상급병원으로 쏠리기 때문이라는 것이 B병원 측의 설명이다.

B병원 관계자는 "당초 계획은 3월까지 간호사 7명과 간호조무사 5명을 채용해 내부교육을 진행하려 했지만 사람이 들어오지 않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며 "이대로라면 이달부터 통합서비스 병동을 운영하려던 계획을 보류해야 할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간호사 확보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상급병원들은 통합서비스 병동 간호사의 처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통합서비스 병동의 업무부담이 일반 병동보다 더 많다 보니 간호사들의 임금도 이에 맞춰 조정해야 하는데, 간호인력 운영이 대부분 팀별 교대방식으로 이뤄져 있어 통합서비스 간호사만 특정해 임금을 올려주긴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다고 전체 인건비를 인상하자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돼 셈법이 복잡해지는 것이다.

C종합병원 관계자는 "건보공단이 수가를 조정하곤 있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나머지 환자들을 위한 효율적 운영을 고려해서라도 쉽사리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환자들의 입원기간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간병비 부담이 절반 이하로 크게 줄어드니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병상가동률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병원으로서는 다음 환자를 위한 병실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재원일수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환자가 무리하게 추가 입원을 요구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

C병원 관계자는 "통합서비스는 분명 장점이 많은 제도지만 이런 식이 아니라 천천히 시간을 들여 연착륙을 시켜야 할 제도라고 본다"며 "제도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선 지원액에 대한 재검토와 함께 현장에 맞는 상세한 지침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기존 간병인 say

대소변 받아내고 옷 갈아입히고 하루 종일 '중노동'
소개비 제외하면 매달 손에 쥐는 돈은 130만원 남짓
"없어져야 할 대상 아닌 함께 생존하는 고민 했으면"


안양에 사는 김모(57·여)씨는 지난 2012년부터 인근 지자체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간병인 일을 하고 있다. 중소기업에 다녔던 남편이 퇴직하자 아들의 대학 등록금 마련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환자가 일어나는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대·소변을 받아내는 것부터 몸을 닦고 밥을 먹이고 옷을 갈아입히는 것까지 중노동의 연속이지만, 행여나 아들이 학교에서 '흙수저' 취급을 당할까 걱정돼 앓는 소리도 할 수 없다.

그런 김씨가 매월 손에 쥐는 돈은 고작 130만 원 남짓이다. 간병인 알선업체를 통해 일자리를 구한 김씨는 수당을 받을 때마다 소개료 명목으로 10~20%를 해당 업체에 낸다. 환자 수발을 들다가 필요한 물품이 생기면 제 돈으로 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김씨는 "환자나 보호자들은 적지 않은 간병료를 내니 간병인이 돈을 많이 벌어 갈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일하는 것에 비해 벌이가 적어 다른 일을 알아보려 했지만 나이가 적지 않아 받아주는 곳도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간병인 박모(56·여)씨는 환자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다. 함께 있는 시간이 많고 일을 하다 보면 신체 접촉을 피할 수 없다 보니 일부 환자는 우연을 가장해 성추행을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환자로부터 욕설을 듣거나 폭행을 당하는 경우도 일상다반사다.

박씨는 "간병이 필요한 환자는 심신이 미약한 상태기 때문에 성추행을 당하더라도 따져 묻거나 항의하기가 어렵다"며 "보호자들에게 사실을 털어놔도 대부분 환자의 자식들이기 때문에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적다. 그냥 참고 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이런 박씨가 힘든 간병일을 그만 둘 수 없는 것은 자신 역시 간병이 필요한 노모가 있기 때문이다. 정작 자신의 어머니가 아닌 다른 사람의 어머니를 간병하는 이유는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음에도 박씨는 "간병일 하는 사람 중 이만한 사연 없는 사람 없다"는 말로 하루하루를 무던히 넘기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일자리는 앞으로 없어질지도 모른다. 통합서비스가 시행되면 간병인보다는 통합서비스 병동을 찾는 환자가 크게 늘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시행 병동이 소수지만 정부의 방침 대로라면 몇 년 안에 기존 간병인들이 설 자리는 사라진다.

정부는 '병동도우미'라는 이름으로 통합서비스 참여병원이 간병인들을 직접 고용하면 환자 1인당 1천540원의 수가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간병인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간병인들의 일정은 환자의 사정에 따라 매우 유동적인 데다 병원이 통합서비스를 실시하더라도 추가로 인력을 고용하는데 큰 거부감을 갖고 있어 일자리 문제가 쉽사리 해결되기 어렵다.

박씨는 "간병인들은 어려운 와중에도 살기 위해 궂은 일을 피하지 않고 있는데 그런 간병인들을 없어져야 할 대상으로 취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새 제도를 정착시키기에 앞서 간병인들의 생존에 대한 고민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준우기자 junwoo@kyeongin.com · 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경인지역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실시 병원 목록

(경기)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경기도의료원 의정부병원,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경기도의료원 포천병원, 국민건강보험공단일산병원, 세종병원, 수원윌스기념병원, 안양윌스기념병원, 한도병원, 뉴고려병원, 굿모닝병원, 서울나우병원, 센트럴병원, 동탄시티병원, 다니엘종합병원, 예손병원, 가톨릭대학교부천성모병원, 다보스병원, 백성병원, 시화병원, 명지병원, 김포우리병원, 동의성단원병원, 바른세상병원, 바른마디병원, 차의과대학교분당차병원, 원광대의대산본병원, 강남병원, 이춘택병원, 나누리수원병원, 광명새움병원, 부천우리병원, 남양주 한양병원, 인제대학교일산백병원, 박애병원, 성베드로병원, 서울척병원, 아주대학교병원,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순천향대학교부속부천병원, 고려대학교의과대학부속안산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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