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한수 '市 유커 마케팅'
호텔방 1500개·버스 140대 이용
경제적 파급효과 '120억원' 달해
경기도등 지자체 유치전 불붙어
■2프로 부족한 관광 프로그램
서울 '싹쓸이 쇼핑' 매출 3배↑
인천 면세점엔 1천명 '아쉬움'
숙소·식당등 인프라 확충 시급
인천시가 아오란그룹 인센티브 관광객 6천여 명을 유치할 수 있었던 것은 역설적이게도 지난해 우리나라 관광 산업을 불황에 빠지게 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관련이 있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로 크루즈 여객선의 인천항 입항이 대거 취소되면서 인천 관광 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이 때문에 인천시는 지난해 8월 중국 허난성과 상하이, 대만 타이베이 등을 찾아 현지 로드쇼 등 마케팅을 통해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시도했다.
인천시는 중국인 관광객 유치 마케팅의 일환으로 현지 로드쇼 당시 협력관계를 구축한 중국 여행사 관계자들을 지난해 10월 인천으로 초청해 팸투어를 진행했다. 이때 중국 여행사들을 통해서 아오란그룹이 대규모 인센티브 관광을 구상 중이며, 한국에 있는 도시로 가는 것을 검토 중이라는 정보를 입수한 것이다.
아오란그룹 인센티브 관광 유치전에 뛰어든 인천시는 중국 여성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끈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촬영지가 인천에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인센티브 관광 대상 직원 90%가 20~30대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또 시는 수천 명이 기업회의를 열 수 있는 송도컨벤시아가 인천국제공항에서 30분 거리에 있다는 점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결국 아오란그룹은 올 1월 인천을 인센티브 관광지로 결정했다. 이렇게 시작된 아오란그룹의 대규모 인센티브 관광은 인천시 관광 정책의 전환점이 됐다는 평가다.
중국 아오란 그룹 임원 기자회견 모습.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
# 아오란그룹 단체 관광이 남긴 것
역대 최대 규모 단체 관광객의 인천 방문은 여러 진기록을 세웠다. ┃그래픽 참조
아오란그룹 관광객 6천 명의 이동수단인 45인승 관광버스는 모두 140대가 동원됐다. 한 대당 약 11m 길이의 관광버스 140대를 1열로 세울 경우, 버스가 인천시청 정문에서 인천종합버스터미널까지 약 1.54㎞로 늘어서게 된다. 관광객들을 안내한 관광 가이드만 280명에 달한다.
이들은 인천시내 호텔 27곳의 총 1천500개 객실에서 묵었으며, 이마저도 모자라 경기도 안산과 시흥 등 인접 도시로 흩어져 숙박했다.
3월 29~30일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기업회의 때는 6천 명 중 2천500명 정도가 식사할 공간이 마땅치 않자, 송도컨벤시아 지하주차장에 '아오란 레스토랑'이라는 임시 식당을 차려 식사를 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인천시는 교통혼잡을 막기 위해 인천지방경찰청 등의 협조를 받아 경찰 1천400여 명을 투입해 교통정리를 했다.
3월 28일 월미도 치맥 파티에서 아오란그룹 관광객들이 마신 캔맥주를 쌓으면 765m 높이까지 올라간다. 강화도 마니산(469m) 높이의 1.6배,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지상 68층짜리 동북아트레이드타워(306m)의 2.5배 높이다.
이모저모로 국내에서는 유례가 없던 대규모 단체 관광 이벤트였다. 인천시는 아오란그룹 인센티브 관광에 대한 지역경제 파급 효과가 120억 원에 달한다고 자체 추산했다.
인천에서 아오란그룹의 대규모 인센티브 관광행사는 앞으로 2년간 더 진행될 전망이다. 인천시는 아오란그룹과 2018년까지 아오란이 인천에서 기업회의를 개최하는 데 협력하는 업무협약(MOU)을 3월 29일 체결했다.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환영행사 겸 업무 협약식에서 궈청린 아오란그룹 회장은 "지금과 비슷한 규모로 올해를 포함해 3년간 인천에서 인센티브 관광을 계속 추진하겠다"며 "한국 정부와 인천시의 환대에 대해 중국에 돌아가 사업가들에게 적극적으로 소개하겠다"고 말했다.
또 인천시는 아오란그룹 방문 일정 중 광둥성 청년여행사CYTS, 산둥성 청도중여 등 중국 국영여행사들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연간 3만명 이상의 중국인 관광객을 인천으로 유치하기로 했다.
이른바 '아오란 효과'를 지켜본 지자체들은 인센티브 관광 유치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3월 31일~4월 5일 중국과 베트남을 방문한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베트남 국영기업과 인센티브 관광 유치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경기도는 올 6월 4박 5일 일정으로 1천400여 명이 한국에 방문할 예정인 베트남 기업 '빈민 플라스틱' 인센티브 관광단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다음 달에는 중국 중마이그룹 직원 8천 명이 4천명씩 나눠서 서울 관광에 나설 예정이다. 중국의 한 의료기기 업체 직원 3천 명도 인센티브 관광으로 올 7월 서울을 방문할 계획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올해 한국을 방문하기로 한 인센티브 관광객은 6월 예정된 다국적기업인 '허벌라이프엑스트라바간자'(1만명) 등 총 4만6천명에 달한다. 이들을 유치하려는 지자체 간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유커들의 송도 방문을 환영하는 오성홍기.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
# 인천이 풀어야 할 숙제는
아오란그룹 관광객들은 인천에서 4천500명이 참석한 '월미도 치맥파티'로 전국적인 화제를 불러일으켰다면, 서울에서는 '시내면세점 싹쓸이 쇼핑'으로 주목받았다. 아오란그룹 관광객들은 6박7일 일정 중 4일을 인천에 머물렀고, 하루는 서울 관광을 했다.
아오란그룹 관광객 6천명은 3월 31일과 4월 1일 각각 3천명씩 나눠 서울시내의 한 면세점을 들렀는데, 이틀간 해당 면세점 매출이 평소의 3배가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오란그룹 관광객들이 방문한 서울시내 또 다른 면세점도 올 3월 평균 하루 매출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반면, 애초 아오란그룹 관광객 4천여 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했던 인천시내 면세점에는 1천 명이 찾는 데 그쳤다. 인천에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쇼핑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수천 명에 달하는 대규모 관광객이 한꺼번에 방문하는 것에 대비하기 위한 전반적인 관광 인프라를 더욱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오란그룹 기업회의가 열린 송도컨벤시아에서는 식사 장소가 부족해 주차장을 임시 식당으로 꾸며야 했다. 관광객들이 묵을 숙소를 인천에서 1천500개 객실밖에 확보하지 못해 경기도 안산이나 시흥에 있는 호텔까지 가야 하는 불편함도 있었다.
1월 인센티브 관광 유치 이후 인천지역 호텔에 이미 다른 투숙객의 예약이 상당 부분 차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인천시 설명이다.
인천시는 아오란그룹 방문 때 나타난 문제점을 앞으로 개선해 국내 인센티브 관광 중심지로서 지위를 확고하게 다져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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