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고 깊은 심성 투영… 소품·도자컬렉터 소장 1순위
"사양길 씁쓸… 전통도예 영광살리는데 여생" 다짐
요즘은 PPL(간접광고)이라 해서 마케팅 차원에서 각종 드라마나 영화의 협찬사가 돼, 제품을 홍보하고자 전쟁을 벌인다. 이런 와중에 거꾸로 드라마나 영화 관계자들이 자신의 작품에 협찬을 해달라며 구애를 받는 이도 있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박찬욱 감독도 신작 아가씨에 소품 제공을 요구했다. 바로 백담 이광(75) 선생의 작품들이다.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 신대리에 위치한 그의 작업장 겸 전시실(판매장도 겸함)은 이미 도자 애호가들 사이에선 명소로 통한다.
'맑고 깊은 심성의 투영'으로 평가되는 백담 선생의 작품은 드라마나 영화에 소품으로 등장하기 전부터도 도자 컬렉터들의 소장목록 우선순위를 차지했으며, 다도를 즐기는 일반인들에게선 선망의 다기로 불리고 있다. 그의 감각적인 작품세계를 보면 75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전 세대를 아우르는 심미성과 예술성을 겸비하고 있다.
"사실 연구를 많이 한다. 어느 시점에 머무르기보다는 전통을 기반으로 다양한 시도도 해보고 아이디어도 더하며 작품세계를 넓혀 가려 한다"는 그는, "하지만 열정과 다르게 지금의 도자산업은 사양길을 걷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운을 뗀다.
"불과 몇 년전과 비교해서도 시장상황이 많이 달라졌고, 이렇다 할 정부시책도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전통 도예의 영광을 살리는데 여생을 다하고 싶다"고 말한다.
경북 성주에서 신라토기와 옹기를 만드는 도공 이판덕의 장남으로 태어나 자연스럽게 흙과 인연을 맺고 오늘에 이르고 있는 백담 선생은 전통 가마기법을 고수하며 작품활동을 벌이지만 체력이 예전만 못하다. 유학 후 직장생활을 하던 딸과 아들이 안정적 생활을 접고 발 벗고 나서 이런 아버지를 지원하고 나섰다.
그의 딸은 "아버지의 제자로 계셨던 분이 무형문화재가 되는 것을 보고 우리가 아버지를 제대로 보필해드리지 못한 것 같은 죄책감이 들었다"며 "요즘은 스스로를 알리는 것도 필요한데 작품활동에만 몰두하시는 아버지를 세상에 널리 알려드리지 못한 것에 후회가 밀려들어 이제라도 힘이 되 드리려 한다"고 털어놨다.
광주/이윤희기자 flyhig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