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의 한 중학교가 졸업앨범 제작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행정으로 입찰 업체와 갈등을 겪고 있다.

제안서 평가를 통과한 업체의 입찰 가격만 공개하기로 한 개찰에서 모든 업체의 입찰가를 공개한 후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를 탈락시키고, 10위 업체를 최종 선정했기 때문이다.

학교 측은 행정실수를 주장하고 있지만, 일부 업체가 유착 의혹을 제기하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26일 의정부교육지원청 등에 따르면 A중학교는 지난 15일 조달청을 통해 3학년 재학생 178명의 졸업앨범 제작을 위한 공개경쟁 입찰을 갖고, 그 결과를 공개했다.

입찰에는 T업체 등 14개 업체가 참여했으며, 이 중 W업체가 가장 낮은 567만8천원을 써 내 최저가 업체로 낙찰됐다.

이후 최종 낙찰업체는 하루도 지나기 전에 W업체가 아닌 10번째로 비싼 가격(694만원)을 써낸 T업체로 바뀌었다.

총 2단계로 진행된 입찰 중 1단계 제안서 평가에서 W업체가 80점 이상을 받지 못해 부적격업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A중학교는 입찰에 앞선 공고에서 '제안서 평가결과 적격업체로 확정된 업체에 한해 가격 입찰서를 개찰'한다고 명시했었다. 이 때문에 업체들은 입찰가가 공개된 모든 업체가 제안서 평가를 통과한 것으로 믿었다.

A중학교는 이후 W업체에 연락해 "행정 실수가 있었다. 양해해 달라"며 사실상 낙찰포기를 요구했다. 이에 격분한 W업체는 "제안서 평가결과를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A중학교는 "비공개 사안으로 공개할 수 없다"며 이마저 거절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업계에서는 학교와 특정 업체 간 유착을 의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개찰 전부터 제안서 평가는 2개 업체가 통과하고, 최종 낙찰은 수년간 앨범제작을 도맡은 T업체가 될 것이란 소문이 무성했었다"며 "실제 결과가 소문과 같아 학교와 특정업체간 유착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A중학교는 업체 측의 주장을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A중학교 관계자는 "제안서 평가는 학생과 학부모 등이 참여한 졸업앨범 선정위원회의 결정이라 공개하지 않도록 돼 있다"며 "이번 일은 단순한 행정실수에서 비롯된 일로, 유착 등 비리행위는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의정부/김연태기자 kyt@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