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 관리 이대론 안된다·상] 화마(火魔)의 악몽은 언제든 다시 온다

서장대 '방화 가상시나리오' 10년 지났어도 잿더미
목조건물 내부위주 방재설비
취객등 외부발화 취약 '여전'
남한산성 학예사가 소방담당
숭례문은 발화감지 즉시진압


2006년 5월 1일, 수원 화성내 대표 문화재인 서장대가 취객의 방화로 20여분만에 잿더미로 변했다. 2년 후인 2008년 국보 1호인 숭례문 역시 방화로 모두 타 무너졌다. 문화재청은 숭례문 복원직후 전문 관리인을 상주시켰고 각종 감지기를 설치했다.

특히 목조건물의 짧은 전소 시간을 고려해 발화감지 즉시 현장 진압이 가능한 시스템을 숭례문 내부에 구축했다. 반면 수원 화성은 서장대 등에 각종 센서 등을 설치했지만, 초기 진압과 연계된 시스템이 없어 방화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남한산성 역시 상주 관리인원을 늘리고 각종 안전설비를 설치했으나 전문적인 안전관리에는 여전히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수원 화성과 남한산성의 방재시스템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2016년 5월 ○○일 오전 1시 30분께 술에 취한 A씨가 수원시 팔달구 팔달산의 등산로를 따라 서장대로 올라갔다. 화성 내부와 외곽 등에 설치된 CCTV 120개는 문화재 건물 내부만 비추고 있어 A씨의 접근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수원시에서 관리하는 방범용 CCTV에는 A씨의 모습이 잡혔으나 화성사업소 내부 종합상황실과 영상을 공유하지 않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목조건물인 효원의 종각에 도착한 A씨는 자신의 속옷 등에 라이터로 불을 붙인 뒤 기둥에 던졌다. 불은 순식간에 기둥 등에 옮겨붙었지만 이를 감지할 불꽃감지기는 없었다.

A씨의 모습은 뒤늦게 서장대 방화직전 내부에 설치된 적외선 감지기와 CCTV를 통해 파악됐다. 그러나 당시 종합상황실에서 근무 중인 관리용역 직원 4명은 종각에서 발생한 화재를 알아채지 못했다. 그 사이 A씨는 서장대에 라이터로 불을 질렀다.

뒤늦게 화재를 감지한 관리용역 직원 8명은 초기 소화를 위해 서장대로 달려갔지만, 소화전 없이 소화기 6대로 서장대 누각 2층까지 번지는 불을 끄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차들도 도청 후문 쪽 출입문이 잠겨 있는 바람에 열쇠를 갖고 달려온 관리용역 직원을 기다려야 했다.

결국 300여 년의 역사가 담긴 서장대는 10년 만에 또다시 잿더미로 사라졌다. 가상의 상황을 재연한 시나리오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수원화성 서장대가 취객의 방화로 전소된 지 10년이 지났다. 하지만 화재 이후 각종 감지기를 설치하고 관리인원을 늘렸지만, 10년 전과 똑같은 상황에도 대처하지 못하는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특히 서장대 방화사건 이후 수원 화성에는 CCTV 120개, 소화기 201개, 불꽃감지기 330개 등 각종 방재설비가 설치됐지만, 목조건물 내부 위주로 설치돼 있어 방화 등 외부에서 발화가 시작될 경우 대처가 어렵기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남한산성도 사정은 비슷하다. 2014년 지정된 세계문화유산이지만 보물문화재가 없다는 이유로 소방관련 자격증도 없는 학예사가 소방안전관리자로 내부적으로 선임돼 소화시설 유지·관리, 소방안전 교육 등을 해야 하는 형편이다.

수원소방서 관계자는 "불이 나면 순식간에 문화재가 잿더미로 변하는 만큼 현장 진압설비가 설치돼야 하는 등 맞춤형 보완을 할 필요가 있다"며 "평소에도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폭넓게 안전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현·조윤영기자 jy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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