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빠 노릇의 과학┃폴 레이번 지음. 강대은 옮김.현암사 펴냄. 280쪽. 1만5천원

다섯 아이를 키우는 미국의 과학 저널리스트 폴 레이번은 "아버지는 중요할까? 만약 중요하다면 그 이유는 정자를 제공하거나 경제적으로 부양하기 때문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아버지의 영향력을 밝혀내기 위해 방대한 과학 자료를 모았고, 모든 남성은 부성 본능을 타고 태어나며, 아빠는 엄마와 꼭 같은 크기로 중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는 아이의 언어능력과 사회성 발달은 아빠의 육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아버지는 '아동의 표현 언어 발달'에 교육과 양육의 기여를 뛰어넘는 '고유한 기여'를 하며, 일관되게 아빠가 엄마보다 더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심지어 어머니의 교육 수준과 대화 방식은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도 밝혔다.
또한 아버지와 함께할 때 얻는 가장 큰 장기 소득은 사회성 발달이라고 주장했다. 한 연구진이 유치원에서 가장 인기 많은 아이를 추적해보니 모두 아버지와 고강도 신체 놀이를 한 아이들이었다. 저자는 아이들의 사회성 및 사교성 발달은 아빠 특유의 '거친 몸싸움 놀이'가 주는 선물이라고 말한다.
엄마는 아이를 '보살피'지만, 아빠는 아이에게 '장난을 건다' 그리고 아이들은 짓궂은 아빠의 괴롭힘(?)을 통해 불안정한 상황을 통제하는 힘과 위험에 도전하는 용기는 물론 상대방의 욕구를 파악하고 대응하는 방법도 배운다.
저자는 임신기 아버지의 변화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임신기 남성의 호르몬 수치는 아내의 호르몬 수치에 연동하여 변하는데, 특히 아내와 사이좋은 남편일수록 호르몬 변화가 확실했고, 그런 남자가 추후 좋은 아버지, 즉 양육적 아버지가 될 확률이 높다고 그는 말했다.
고령 아빠에 대한 의학적 설명도 눈길을 끈다. 고령산모의 위험성은 널리 알려져있지만 고령 아빠에 대한 이야기는 그동안 논의 된 적이 없다.
저자는 고령 아빠의 아이는 자폐증 확률이 높았으며(30대 아버지와 비교했을 때, 40대 아버지는 6배, 50대 아버지는 10배 높다) 조기 발병 조울증, 선천적 기형, 구순구개열, 뇌수종, 왜소증, 유산, 조산, 낮은 지적 능력의 높은 위험성과 관계있다고 밝혔다.
/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