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은 '국보 1호 논쟁'…"숭례문 대신 훈민정음으로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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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3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훈민정음 해례본 국보1호 지정 촉구 국회청원서를 제출하기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20년간 이어온 '국보 1호'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숭례문의 국보 1호 지정이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에 의해 매겨진 문화재 번호를 따른 것인 데다가, 2008년 화재로 국보로서의 가치가 훼손됐다는 점을 들어 훈민정음 해례본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이번에는 시민단체들이 국보 1호 재지정을 요구하는 입법 청원을 제기함으로써 '국보 1호 논쟁'이 국회에서 정식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문화재제자리찾기, 국어문화실천협의회, 우리문화지킴이 등 시민단체들은 3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20대 국회 1호 청원으로 훈민정음 해례본 국보 1호 지정을 위한 입법 청원을 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함께 참석해 "20년째 진행되고 있는 국보 1호 재지정 논의를 민의의 전당인 국회로 가져와야 한다"고 힘을 보탰다. 노 의원은 또 "한글 창제의 의미와 해설을 담은 훈민정음 해례본은 우리나라 국보 1호로 손색없는 문화유산"이라고 덧붙였다.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에서 "일제강점기부터 이어져 온 문화재 지정 번호를 그대로 이어받아 숭례문을 국보 1호로 정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고 지적했다.

이는 숭례문이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에 의해 조선 고적(古蹟) 제1호로 지정된 후, 1962년 문화재보호법이 시행되면서 국보 제1호로 승격한 과거의 역사에 기반한 것이다.

이대로 국어문화운동실천협의회 회장은 "국보 1호 교체를 문화재청에 건의해도 바뀌지 않아 국회에 국보 1호 교체를 호소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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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미술관 소장 '훈민정음'. 해례가 붙어있어 '훈민정음 해례본'이라고도 한다. 국보 제70호로 지정돼 있다. /문화재청 홈페이지

이같은 내용의 국보 1호 교체 주장은 이번 뿐 아니라 약 20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숭례문이 한양도성의 정문이자 조선 건축술의 총화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문화재 지정 번호가 일제의 잔재이고 역사적 정통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다.

특히 지난 2008년 2월 한 노인의 방화로 발생한 화재로 숭례문 문루의 상당 부분이 훼손되고 복원 과정에서 부실공사 의혹이 불거지면서 국보 1호 교체 논란이 다시 고조되기도 했다.

이같은 숭례문을 대신할 국보 1호 후보 '1순위'로 꼽히는 것이 한글 창제의 의미와 해설을 담은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제70호)이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집현전 학사들이 중심이 되어 세종 28년(1446)에 만든 한문해설서로, 본래 책이름은 글자이름인 훈민정음과 똑같이 '훈민정음'이지만 해례가 붙어 있어서 '훈민정음 해례본'으로 불린다. 전권 33장 1책의 목판본이며, 훈민정음 창제의 의미를 담은 서문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로 널리 알려져 있다.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는 문화재청장으로 재임하던 2005년 국보 1호를 교체해야 한다는 여론에 동의한다면서 훈민정음 해례본이 후보 1순위라고 밝히기도 했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1940년에야 발견돼 간송미술관에 소장돼 있는데, 지난 2008년에는 경북 상주에서 학술적 가치가 더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또 다른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굴돼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훈민정음 해례본 국보 1호 재지정 주장에 대해 한편에서는 "관리번호에 불과한 문화재 지정번호를 바꾸면 또다른 교체 주장이 이어져 혼란을 초래하게 된다"는 점을 들어 반대에 나서고 있다.
/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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