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 상단 임금의 검정색 막사… 가운데 격구 준비하는 군사 세 무리 '생생' 정리의궤에는 정조가 수원화성의 동장대(연무대)에서 장용영 군사들을 시열(試閱)한 장면을 묘사한 동장대시열도(東將臺試閱圖)가 들어있다. 이는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것으로 이를 통해 앞으로 당시의 시열 모습을 재현할 수 있게 됐다. /프랑스 국립중앙도서관 제공 |
현륭원 사도세자 참배 다음날
동장대 장용영 군사 시열 묘사
글외에는 문헌 어디에도 없어
당시 시열 '재현' 가능 큰 의미
프랑스에서 실체가 처음 공개된 정조시대의 정리의궤(整理儀軌·경인일보 7월 4일자 1·3면 보도)의 진면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4일 경인일보가 프랑스국립중앙도서관으로부터 단독 입수한 '동장대시열도(東將臺試閱圖)'는 기존의 국내 문헌 어디에도 없는 그림으로 국내 최초 공개된 것이다.
동장대시열도는 정조가 수원화성의 동장대(속칭 연무대)에서 장용영 군사들을 시열(試閱·군사의 훈련 정도를 살피기 위한 일)한 장면을 묘사한 그림이다. 이는 정조가 화성축성 도중인 1796년(정조 20) 1월 21일 사도세자의 탄신일에 맞춰 현륭원(사도세자의 무덤)을 참배한 다음날인 22일에 동장대에서 행한 시열을 묘사한 그림으로 추정된다.
역사 전문가들은 이 자료가 현재까지 알려진 동장대 군사훈련의 그림으로는 유일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화면의 짜임새 있는 구도와 화려한 채색을 가미한 것으로 보아 왕실전속 화가인 도화서 화원의 솜씨로 짐작된다.
지난달 27일 프랑스국립중앙도서관에서 동장대시열도 원본을 감상한 김준혁 한신대 정조교양대학교수는 "이 그림을 통해서 당시 국왕행차 시에 군사들이 어떻게 시열되는지 최초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시열의 모습을 묘사한 글은 확인됐어도, 그림으로 발견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며 "그림 좌측 상단에 있는 검정색 막사는 정조와 혜경궁 홍씨의 것으로 보이며, 군사들이 배치돼 있는 모습, 군사들이 세 무리로 나눠 마상편곤(馬上鞭棍·말을 탄채로 도리깨 모양의 병장기를 사용하는 것)을 실시하는 모습을 통해 당시의 시열 형태와 왕실 의전 등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수원화성박물관 관계자도 "기존에 알려진 의궤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매우 희귀한 자료로, 정조가 수원화성의 동장대에서 행한 군사훈련을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다"며 "이 그림을 토대로 현대에 당시의 시열을 재현하고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염태영 수원시장은 경인일보 보도직후 관련 부서 직원들을 소집해 "프랑스에서 발견된 정리의궤에 대한 연구를 수원시에서 우선적으로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만약 기존에 복원한 문화재들 중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정리의궤에 묘사된 대로 수원화성을 제대로 복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선회기자 ks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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