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보관' 수입 농산물 농약사용
수확단계등 시기·방법 제한 방식
잔류기준 미흡에 '유해 논란' 지속
세계적 무역 확대속 캐나다·EU등
'최종 잔류량' 규제… 변경 검토필


클로르피리포스(chlorpyrifos)는 곡류의 저장·운송 중 벌레의 발생을 막아주는 살충제다. 인체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그런데 현재 수입 밀에는 '포스트 하비스트(post-harvest)'라는 방법을 통해 클로르피리포스가 대량 살포되고 있는 현실이다.

포스트는 '후(後)'를 의미하고 하비스트는 '수확'을 가리킨다. 말 그대로 수확한 농산물에 농약을 뿌리는 것이다. 이는 농산물을 장기간 보관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변질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공인된 방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이 포스트 하비스트에 대한 규정이 모호하다. '포스트 하비스트 농산물'의 유통은 허용하되, 국내에서 직접 포스트 하비스트 처리는 금하고 있다. 국내 농산물은 포스트 하비스트 처리를 금지하면서 외국산 농산물은 허용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굳이 규정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포스트 하비스트는 반드시 피해야 할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한 농산물 전문가는 "수확 전에 농약을 뿌리면 비바람에 씻기고 태양광선에 중화돼 유해성이 크게 줄어든다. 하지만 수확 후의 농약은 밀폐된 공간에 머물다가 곧바로 소비자의 몸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며 "실제로 국산 밀가루에 넣은 개미는 멀쩡했지만, 수입 밀가루에 넣은 개미는 곧 죽은 실험이 있었는데, 이는 포스트 하비스트의 실상을 알리는 좋은 사례"라고 했다.

경기도 내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미국·호주 등에서 수입되는 농산물이 배를 통해 국내로 들어오는 데는 한 달 이상 걸린다. 농산물이 수입되는 동안 무더운 적도 부근을 지나며 상온에서 변질되지 않으려면 포스트 하비스트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며 "이런 문제는 비단 밀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수입 농산물 대부분이 안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라고 했다.

하지만 밀가루 생산업체로 구성된 한국제분협회는 수입되는 밀은 1등급 밀로 안전성에도 문제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제분협회 관계자는 "수입 밀로 가공된 밀가루의 안전성 문제에 대한 논란은 검증되지 않은 방법으로 실험한 결과를 각종 매체에서 사실인 양 호도한 탓"이라며 "수입업체에서 요청하지도 않는 보존제 처리를 수출국에서 자비를 들여 할 이유가 없다. 밀가루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은 사실을 근거로 하고 있지 않아 괴담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기본적으로 농약은 인간의 몸에 축적되지 않도록 철저한 실험을 거친 뒤 시판되기 때문에 안전하다"며 "검사기준 내 미량의 농약은 몸에 들어와도 오줌이나 변과 함께 배설돼 체내에 축적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논란은 결국 수입 농산물에 사용되는 농약의 잔류기준치 설정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50년 전에 만들어진 식품위생법이나 농약관리법 등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수입농산물에 대한 기준, 특히 포스트 하비스트 방법으로 농약을 살포하는 것과 클로르피리포스의 잔량 기준 등을 좀 더 세밀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작물보호협회 측은 "현재 미국은 포스트 하비스트 처리 시 사용되는 농약에 대해 포스트 하비스트 처리에 대응한 잔류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또 캐나다·호주·EU 등에서는 농약의 사용과 잔류 규정을 수확 전과 수확 후로 구분하지 않고 소비 단계에서 식품에 최종적으로 잔류하는 농약을 규제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이처럼 선진국들은 농산물 무역의 확대를 배경으로 농약의 사용 방법 및 시기에 따른 규제의 방식에서 소비 단계에서의 잔류 기준을 규정하는 방식으로 옮기는 추세다. 포스트 하비스트 농약에 대한 불안감은 결국 해외로에서 수입된 많은 양의 농산물이 실제 소비돼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은 수입 농산물에 사용되는 농약의 잔류 기준치를 '수확 단계'가 아닌 '소비 단계'에서 자세히 설정해 식품의 안전 체크를 충실히 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전시언기자 coo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