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물질 사용 자진신고 안하면
현행법상 잔류농약 검사서 제외
정부는 허술한 규제 알고도 방치
제정된 지 50여 년이 훨씬 넘은 법률 때문에 우리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해당 부처는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
우리가 매일 먹는 농산물과 관련된 법은 1962년에 제정된 식품위생법과 1957년에 제정된 농약관리법을 근간으로 한다. 그동안 두 법률은 수십 차례 개정됐지만 아직도 건강과 직결된 부분에서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농약과 외국에서 사용하는 농약 품목이 다르고, 우리나라에서 허용하는 농약 사용방법과 외국에서 허용하는 방법이 다른데도, 이를 일원적으로 관리하는 법령이 애매한 실정이다.
예를 들어 농약관리법 제23조에는 '농약 등의 안전사용기준' 등이 명시돼 있고, 별첨된 1·2 규정에는 농약 사용방법 등이 적시돼 있다.
이 규정에 따라 현재 우리나라는 '포스트 하비스트(수확후 농약을 살포하는 것) 방식으로 처리한 농산물'의 유통은 허용하되, 국내에서는 직접 포스트 하비스트 처리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국내 농산물은 포스트 하비스트 처리를 금지하면서 외국산 농산물은 허용하는 셈이다.
이런 허술한 규정 때문에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되는 밀은 장기간 보관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변질 문제를 막기 위해 포스트 하비스트 방식으로 살충제 성분이 들어간 클로르피리포스(chlorpyrifos)를 대량 살포해도 전혀 막을 수가 없는 실정이다.
더구나 농약관리법에서는 잔류 농약검사를 위한 농약기준 설정을 농산물 수입업체의 '자진신고'로만 처리하게 해놨다. 어떤 농산물 수입업자가 클로르피리포스 같은 농약을 스스로 신고하지 않으면 농약 기준 설정에서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농림부 관계자는 "농림부에서는 농약 기준설정에 대한 절차만 이행하고 있다"며 "농산물 수입에 대한 사항은 전적으로 식약처에서 담당한다"고 말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식약처는 농림부에서 정해준 기준에 따라 농약잔류 검사만 진행할 뿐 농약기준 설정 등에 대해서는 농림부에서 맡고 있다"며 "수입업자가 스스로 신고하지 않으면 사용한 농약에 대한 기준은 빠진 채 검사가 진행되는 것이 사실이다. 클로르피리포스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김선회·전시언기자 ksh@kyeongin.com
[50년전 규제속에 살고 있다·2] 수입 농산물 농약기준 설정
국민건강 '책임 떠넘기는' 농림부·식약처
입력 2016-08-04 00:34
수정 2016-08-04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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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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