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사업이 멈추다시피 한 주택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구역을 지자체 직권으로 해제할 수 있는 기준을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인천시는 도시정비구역 직권해제 세부기준 등을 신설한 '인천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 개정안'을 이달 20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4일 밝혔다. 시 조례 개정안은 추정 비례율이 80% 이하인 정비구역 가운데 일정기간 사업이 멈춰 있거나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이 50% 이상일 경우로 직권해제 기준을 정했다.

추정 비례율은 '사업추진 이전 토지 등 재산가치'와 사업이후 무상으로 분양받는 '아파트 분양가격' 간 비율로, 비례율이 100% 미만이면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주민이 손해 보는 것을 뜻한다. 기존에는 주민이 총회 등 절차를 거쳐 추진위원회나 조합을 스스로 해산해야 사업구역 해제가 가능했다.

시는 2006년 본격화한 주민 주도형 재개발·재건축 사업구역이 2012년까지 212곳에 달했지만, 대부분 지지부진하자 직권해제 등을 통해 현재까지 123곳으로 줄였다. 이번에 추진하는 직권해제 기준 완화로 사업이 지지부진한 구역을 더욱 줄이겠다는 게 인천시의 방침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주민들이 사업을 추진하며 사용한 이른바 '매몰비용'으로 민·민 갈등이 빚어지거나 시공사와 주민 간 소송전이 이어지는 등 후폭풍이 일고 있다.

시는 사업추진 과정에서 주민들이 사용한 비용을 검증한 뒤 70%까지 지원하는 제도를 2014년 마련했지만, 실제 매몰비용을 지원받은 사업구역은 아직 없다. 정비구역 해제지역의 매몰비용 처리문제나 열악한 주거환경을 장기적으로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한 대책은 아직 미흡한 상황이다.

시 관계자는 "정비구역 해제지역에 대해선 저층 주거지 관리사업 등을 통해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정비사업 모델을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