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경인칼럼] 시민의 권리로서의 문화예술

문화권, 모든국민 차별없이 창조·활동·향유할 권리
선언 넘어 '국가에 의해 보장되는' 사회적 기본권
정부·지자체, 시민 문화예술 활동 집중 투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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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한국의 문화정책, 특히 문화관련법의 정비는 선진국도 부러워할 만한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 2013년 말에 제정된 '문화기본법'이 대표적이다. 2014년부터 시행된 법이 한국문화정책사의 중요한 분기점으로 평가되는 것은 '문화영향평가제', '문화진흥기본계획수립', '문화정책전담연구기관지정', '문화권' 등의 획기적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화권(文化權)'의 개념을 법률적으로 정의하고 이를 모든 국민의 권리로 명시하고 있어 향후 정부와 지자체 문화정책의 일대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문화가 국가발전과 개인의 삶의 질 향상에 가장 중요한 영역의 하나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국가와 지자체는 문화가치를 우리 사회 영역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기본법'에서 문화권(文化權)은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인종, 세대, 지역,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나 신체적 조건 등에 관계없이 문화 표현과 활동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자유롭게 문화를 창조하고 문화 활동에 참여하며 문화를 향유할 권리로 규정되었다. 문화적 권리(cultural right)의 개념의 유래는 국제적으로는 유네스코 세계인권선언(1948)에서 비롯된 것으로 국내에서는 '문화헌장'(2006)에서 공식적으로 언급된 바 있다. 그러나 국가의 법으로 명문화된 것은 '문화기본법'이 처음이다. 그러나 시민을 문화정책의 대상에서 문화예술활동의 주체로 전환하고 있는 '문화권'의 중대한 의미가 우리 사회나 문화현장에서 충분히 공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유감이다. 법조문에 한자어를 병기하지 않은 탓인지, 아직도 대표적인 인터넷 포털이나 법률 용어사전에도 검색되지 않고 있다. 광속의 사이버 공간에서도 여전히 '문화권'은 공통의 문화적 특징을 공유하는 영역을 의미하는 '문화권(文化圈)'의 개념으로만 '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들의 문화적 권리는 이제 선언(manifesto)의 수준을 넘어, '국가에 의해 보장되는' 사회권적 기본권의 하나로 확립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권리는 문화예술 영역의 경우 '표현의 자유'와 같이 국가로부터 자유를 보장받는 자유권적 기본권보다 적극적인 권리이다. '문화기본법'에는 시민들이 문화예술의 소비자나 향유자를 넘어 창조적 문화예술활동의 주체임을 확인하고 능동적인 활동을 권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이 법은 정부와 지방정부가 시민들의 문화예술활동을 극대화할 수 있는 환경과 제도를 정비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문화권 실현의 가장 큰 장애물은 각종 문화적 불평등일 것이다. 문화예술의 향유와 관련된 지표를 보면 지역과 계층별로 그 격차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생활문화예술 지원 정책을 중심으로 시민들이 더 자유롭게 문화예술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사업에 투자를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문화기본법에서 명시한 심오한 목표는 가까운 미래에 실현되기는 여러 가지 여건상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문화를 '권리'로 인식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능동적 문화참여가 높아진다면, 그리고 정부와 지자체들의 문화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이 이뤄진다면, 아직까지는 선언처럼 보이는 문화기본법에 스며있는 문화가치와 문화사회의 실현도 앞당겨질 것이다.

/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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