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
■2076년 기후변화 시나리오
2076년 8월 수원지역 최고 기온은 41.2℃. 기후 변화로 인해 60년 전(2016년) 8월 최고 기온인 36.5℃보다 약 4℃ 높아졌다. 10여 년 전인 2060년부터는 수원지역은 아열대 기후로 바뀌었다.
인근 오산지역은 하루 최고기온이 33℃가 넘는 폭염 일수가 65일째 지속됐다. 인천 강화군(49.2일), 양평(48.3일), 포천(43.9일), 가평(37.4일), 인천 옹진군(28.3일) 등 2016년 기록한 폭염일수(16.7일)의 3배가 넘는 기간 동안 하루 최고 기온이 33℃를 웃돌고 있다.
기온이 높아지면서 통풍과 땀 흡수가 잘되는 기능성 옷은 일상복이 된 지 오래다. 땀과 열기를 증발해 온도를 낮추는 소재의 옷들은 불황에도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여름철 필수용품이 된 바지 일체형 장화는 알록달록한 색상과 독특한 디자인으로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다. 하루 강수량이 80㎜가 넘는 국지성 집중 호우가 2배 이상 자주 발생하면서 우산은 무용지물이 됐고, 방수 기능이 뛰어난 전신형 우비 매출은 매년 상승하고 있다.
그러나 겨울철 최저 기온 역시 상승하면서 유통업계의 희비는 엇갈렸다. 겨울철 체온을 사수하기 위한 패딩과 귀마개 등의 매출은 반 토막이 났다. '겨울철 온난화'는 일반적인 현상이 됐기 때문이다. 인천 옹진군 등 서해안을 중심으로 14℃ 이상으로 높아진 일부 지역에서는 두꺼운 겨울옷 대신 비교적 얇은 겨울옷을 입는다.
겨울철 기온 증가로 4계절도 사라졌다. 기후 변화로 봄과 여름은 길어졌고 가을과 겨울은 상대적으로 짧아졌다. 가을과 겨울은 각각 58일, 61일로 60년 전보다 각각 9일, 44일 짧아졌다. 대신 봄과 여름은 94일, 152일로 길어졌다. 365일 중 246일(67.3%) 약 8개월간 봄과 여름 날씨가 이어지는 셈이다. 이에 따라 여름과 겨울에 주로 집중돼 있던 학교 방학과 직장 휴가철도 바뀌었다.
수원 최고 41.2℃ '아열대기후권'
봄·여름 길어지고 겨울철 온난화
한라봉·사과등 과일 재배지 북상
개인별 자동체온조절시스템 도입
식탁에 오른 반찬도 달라졌다. 콩나물과 고사리 등 나물 대신 파프리카와 브로콜리 등 제철 채소로 비빈 전주비빔밥이 인기를 얻고 있다. 또 동해에서 어획량이 줄어들어 값이 비싸진 한류어종인 명태와 꽁치 대신 비교적 저렴한 난류어종인 오징어, 붉은 대게 등이 식탁에 자주 오른다. 특히 남해 지역에서 김 양식이 어려워지면서 김값도 폭등했다.
2026년까지 한반도에서 재배되던 밀, 감자도 이제 수도권 지역에서 자라지 않는다. 대신 농가는 밀, 감자밭에 쌀과 포도, 수수 등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제주도에서 재배되던 한라봉도 충북 충주에서 재배되고, 전남 곡성 멜론은 강원도 화천으로, 대구 사과는 포천으로, 경북 청도 복숭아는 강원도 춘천으로, 경북 경산 포도는 강원도 영월로 각각 북상했다. 대신 제주도에서는 구아바, 키위, 망고 등 아열대 기후에서 생산되는 과일들이 주로 자라기 시작했다.
일사병 또는 열 경련 등으로 숨지는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정부는 폭염을 자연재난에 포함한 지 오래다. 전국 각지에 열사병 전문 센터가 설치돼 운영 중이다. 선풍기는 구시대 유물이 된 지 오래고, 에어컨도 저소득층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다.
개인별 자동 체온 조절 시스템이 도입돼 판매되고 있지만, 고가여서 아직 보급률은 50%를 밑돌고 있다. 식품이 쉽게 상하면서 학교 급식을 먹고 식중독 증상을 보이는 학생들이 늘어나 보건 당국은 급식 시설 등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기도 했다.
불쾌지수가 80 이상을 기록하자 평택, 오산, 서울 중구, 용산구 등 일부 지역에서는 최고 기온을 기록하는 오후 시간대에 업무를 잠시 중단하고 휴식 시간을 갖는 회사들이 등장했다.
또 불쾌지수를 고려해 출근 시간을 오전 9시 이전으로 앞당겨 근무시간을 유동적으로 운영하는 회사들도 늘어났다. 학교에서는 낮 12시부터 오후 3시까지 점심시간이 끝난 직후에는 학생들의 안전과 건강 관리 등을 위해 체육 활동을 제한하고 오전 시간대를 활용하도록 권고하기도 했다.
한편 이 기후 변화 시나리오는 21세기 후반기에 현재 기후보다 서울 4.9℃, 인천 5.1℃, 경기 4.8℃ 상승해 평균 기온이 약 16℃ 이상으로 전망했을 때를 가정한 기후 변화 시나리오(RCP 8.5 시나리오)다.
60년후 한반도는 연중 152일간 여름이 지속되고 최고기온은 4도 이상 높아진다. 그에 따른 의식주 전반에 걸친 변화가 예상된다. 가뭄, 황사와 태풍 관련 자료사진(왼쪽부터). /경인일보DB |
■예측 쉽지않은 스콜성 폭우
올여름은 역대 최대 폭염 일수와 함께 '마른장마'를 기록했다. 또 이상 기후에 따른 강수 형태의 불규칙으로 열대지방에서 자주 발생하는 스콜성 폭우가 한반도 곳곳에서 나타났다.
수도권기상청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의 연 강수량은 지난 1990년 2천193.6㎜로 가장 많았고, 지난해 710.8㎜로 가장 적었으며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계절별로는 여름철(773.1㎜), 가을철(238.1㎜), 봄철(212.1㎜), 겨울철(64.5㎜) 순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봄(4~5월)에 가뭄이 발생하고 여름부터 해갈되는 형태가 반복된다. 연간 강수량의 60% 정도가 6∼9월에 집중되고 여름철 강수량의 절반 이상은 장마철 집중 호우와 태풍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도권기상청은 최근 엘니뇨(적도 해수면의 온도 상승) 등 이상 기후로 인해 여름철 장마 강수량이 부족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봄·겨울철 강수량이 감소하는 반면 여름·겨울철 강수량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던 규칙적인 강수 공식이 깨지는 것이다.
엘니뇨에 북태평양고기압 약세
장마전선 못만들고 기온만 상승
'마른 장마' 여름철 강수량 부족
올 수도권지역 비구름 치고빠져
일반적으로 엘니뇨가 나타나면 우리나라 강수에 영향을 주는 북태평양고기압이 발달하지 못해 장마전선이 만들어지지 않고 기온이 올라간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북태평양고기압의 움직임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면서 강수 예보에 실패했다.
올해 여름 북태평양고기압이 평소보다 넓게 확장하면서 장마 때는 장마전선이 남북으로 움직이지 못하게 가로막았고, 폭염 때는 한반도에 고온다습한 공기를 오래 머무르게 하면서 폭염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바람이 거의 없는 적도 무풍대에서 주로 발생하는 스콜도 수도권지역 등 전국적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 한여름에 내리는 소나기도 일종의 스콜이지만, 일반적인 스콜은 증발량이 많은 열대지방에서 자주 내린다. 그러나 올여름 수도권지역에서도 좁은 지역에 갑자기 검은 비구름이 몰려와 많은 비를 뿌리는 등 스콜의 특징과 유사한 현상이 발견됐다.
수도권기상청 관계자는 "이상 기후로 인해 계절별, 지역별로 강수 형태를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수도권 지역의 연평균 강수량은 21세기 후반기에 현재보다 30~40% 증가할 것으로 관측돼 불규칙한 이상 기후에 대한 적중률을 계속 높여가겠다"고 말했다.
/조윤영기자 jy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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