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 만든 한증막… 강화군 교동도에 방치

이진환 상명대교수, 원형·터 공개

郡, 전국서 유일한데 관심도 없어

훼손 심해 문화재 지정·보호 시급
은압산 한증막
교동도 은압산 한증막. 인근에 사는 한 주민이 어릴 때 추억으로 가끔씩 관리하고 있지만, 상당부분 훼손된 상태다.(왼쪽), 장다릿골 한증막. 본래 둥근 원형이지만, 30년 가까이 방치되면서 상부 대부분이 무너져 있다. /이진환 상명대 교수 제공

인천 강화군 교동도에 전국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조선시대 한증막이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 대학 교수가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한증막 2곳과 한증막 터 3곳을 추가로 발견하는 등 민간차원에서 문화재적 가치를 조명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정작 해당 지자체는 관심조차 없다.

이진환 상명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는 최근 발간한 '교동도의 역사와 문화산책'에서 기존 학계에 알려지지 않은 조선시대 한증막 2곳과 한증막 터 3곳을 공개했다.

교동도에는 교동면 고구리와 서한리(수정산)에 조선 후기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한증막 원형이 남아있다. 이들 한증막 2곳은 2002년 교동도의 한 민간단체에 의해 발견돼 전국에 유일하게 남은 조선시대 한증막으로 알려졌다.



이진환 교수는 2014년부터 20여 차례 교동도를 답사하고, 주민들 증언을 수집해 은압산 북쪽 기슭과 화개산 남쪽 골짜기(장다릿골)에서 2곳의 한증막 원형을 추가로 찾아냈다. 또 읍내리 절냇골 등 3곳에서 한증막 터를 확인했다. 이로써 현재까지 확인된 교동도에 있는 한증막 관련 유적지는 총 7곳이다.

교동도 한증막들은 둘레 15~18m와 높이 2.5~3m, 입구 70㎝×60㎝로 규모가 비슷하다. 이진환 교수가 수집한 주민들 증언에 따르면 1960~70년대까지도 주민들이 이 한증막을 이용했다고 한다.

한증막 내부에 소나무 가지 등으로 불을 지펴 열을 내고, 헌 옷이나 가마니를 뒤집어쓰고 들어가 땀을 빼는 방식이다. 이진환 교수가 새로 발견한 한증막 옆에는 주민들이 몸을 씻던 우물터도 있다.

그러나 이번에 발견한 한증막은 현재 진입로조차 없어 접근이 어렵고, 풍화작용으로 돌과 흙이 씻겨내려 크게 훼손된 상태다. 기존에 알려진 한증막 2곳은 강화군에서 안내판을 세워놨지만, 문화재적 가치를 알아보기 위한 학술연구 등은 진행하지 않고 있다.

한증막에 대한 언급은 세종실록(세종 4년·1422년)에 처음 등장하는데, 적어도 600년 가까이 된 한국의 목욕문화라는 것이다. 세종실록 기유년 8월 25일 기사(記事)에는 환자가 병을 치유하는 목적으로 의원의 처방에 따라 이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교동도 한증막이 마을이 아닌 산 속에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로 추정된다. 교동도에서 한증막 원형과 흔적이 여러 곳에서 발견된 만큼 관련 학술연구는 물론 보존을 위한 문화재 지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진환 교수는 "교동도에서 한증막 문화가 발달한 이유에 대해선 깊이 연구하지 못했다"며 "우리 조상의 지혜로운 문화와 유적을 서둘러 문화재로 지정해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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