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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동힘든 할머니·초등 사촌동생 부양
야구 선수 꿈 포기하고 직업학교 진학
동 주민센터 직원 추천 만장일치 선정


인천시 시민상 선정위원회는 최근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인천 동구에 사는 김형석(20·사진)씨를 효행상 부문 수상자로 선정했다.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77)를 모시면서 초등학교 4학년인 사촌 동생을 돌보기 위해 야구선수의 꿈을 포기하고, 직업학교에 진학한 점이 요즘 청소년들의 본보기가 될 만하다는 게 효행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유다.

그는 역대 최연소 인천시 시민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김형석씨의 사연을 잘 아는 동 주민센터 직원이 시민상(효행상) 후보로 그를 추천했다고 한다.

김형석씨는 "비록 어릴 적부터 걸어온 야구선수의 길을 포기했지만, 가족을 위해 공군 부사관이라는 새로운 꿈을 꾸게 됐다"며 "평범하게 사는 청년에게 효행상이라는 큰 상을 안겨줘 많은 격려와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김형석씨는 3살 때인지, 4살 때인지도 기억하지 못할 만큼 아주 어려서부터 15년 넘게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부모님이 이혼하면서 여러 사정상 김형석씨를 보살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촌 동생도 마찬가지 이유로 할머니와 함께 지내야 했고, 현재까지 세 식구가 같이 살고 있다. 몸이 편찮은 할머니를 병원에 모시고, 사촌 동생 학용품과 학교 준비물을 꼼꼼히 챙겨주기도 하는 등 집안 가장 역할까지 한다.

김형석씨는 "초등학교 때 야구를 시작했고, 동산고등학교에 진학해 포수로서 경기에 출전하다가 2014년인 고등학교 2학년 때 선수생활을 그만뒀다"며 "경제적 이유가 가장 컸는데, 할머니도 많이 속상해하셨다"고 했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부평구에 있는 항공분야 직업전문학교에 입학했다. 항공정비기술을 익혀 공군 부사관이 되는 게 김형석씨의 새로운 꿈이다.

김형석씨는 "할머니를 더 잘 모시기 위해 빨리 돈을 벌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며 "공군 부사관으로서 사회에 이바지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더 나중에는 능력을 인정받는 항공정비 기술자로 민간영역에서 일하고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형석씨는 "어려운 환경 때문에 꿈을 포기하거나 좌절하는 청소년들에게 힘들 때마다 가족을 생각하라는 조언을 하고 싶다"며 "가족에게 힘이 되고자 한다면 새로운 길이 보일 것"이라고 했다. 인천시 시민상 시상식은 다음 달 15일 문학월드컵주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