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공동체 지속가능한 발전 핵심적바탕 '사회적 금융'
경기도 전문가 초청 '국제콘퍼런스' 열고 진지한 고민
사회혁신기금 조성·윤리적은행등 '다양한 모델' 주목
道, 내년 '경기 Co-op협동조합' 설립 금융플랫폼 구축

그라민 은행은 이곳에서 대출받은 극빈자 600만 명 중 58%가 절대 빈곤에서 벗어나도록 도왔고, 그는 방글라데시의 빈곤을 퇴치한 공로로 200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유누스가 구상한 '마이크로 크레디트'는 이른바 '착한 자본주의'로 불리는 사회적 금융의 일환이다. 비단 방글라데시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다양한 사회적 금융 모델이 마을과 지역에 뿌리내려 일자리를 만들고 기업을 일으켜 세우고 있다.
'따뜻하고 복된 마을 공동체'를 내걸고 여러 공동체 활성화 사업을 추진 중인 민선 6기 경기도에서도 이러한 사회적 금융 모델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10월 25일부터 27일엔 '행복한 지역 공동체를 만드는 사회적 금융'이라는 주제로 '2016 경기도 따복공동체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콘퍼런스에 참여한 인원만 1천700여명. 사회적 금융만을 주제로 하는 국제 행사 중엔 가장 대규모로 치러졌다는 평이다.

경기도가 사회적 금융에 관심을 가진 데엔 다양한 형태의 지역 공동체가 지속가능한 형태로 나아가는 데 이러한 사회적 금융이 핵심적 역할을 담당한다는 판단에서다.
스페인 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는 협동조합 몬드라곤의 존속을 가능케 한 협동조합은행 라보랄 쿠차, 캐나다 퀘백 주의 사회적 경제를 부흥시킨 사회투자신탁기금 샹티에 신탁 등 세계적으로 성공한 모델로 평가받는 사회적 경제, 지역 공동체 상당수는 나름의 사회적 금융 모델로서 또 한번 주목받았다.
우리 사회에서도 모두들청년주거협동조합, 청년연대은행 토닥, 희년은행, 키다리은행, 공동체은행 빈고 등 다양한 사회적 금융, 대안 금융이 하나둘 출범하고 있다. 사회적 경제가 한계에 다다른 신자유주의를 보완할 모델로서 각광받아온 것처럼, 사회적 금융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같은 맥락에서 그 중요도를 더하고 있다. 예상 인원 1천350명을 훌쩍 넘어 1천700여명이 참여할 정도로 경기도의 이번 컨퍼런스가 성행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따뜻하고 복된 '사회적 금융'
3일간 수원 노보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이번 콘퍼런스가 특히 주목받았던 이유는 공동체 활성화를 넘어 지역, 국가 경제를 살리는 데 기여한 8명의 사회적 금융 관련 글로벌 리더들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미국 지역개발신협연맹(CDFI)과 스페인 몬드라곤 라보랄 쿠차, 스웨덴 야크은행, 프랑스 공공투자은행, 캐나다 샹티에 신탁, 이탈리아 레가코프, 일본 엔피오 은행, 영국 공동체 주식 관계자들은 사회적 금융이 현 경제 상황에서 갖는 중요성과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논의했다.
협동조합이 공동으로 조성했거나 정부의 지원 등을 토대로 마련된 해당 모델들은 무이자, 혹은 저금리로 마을 기업과 공동체를 키우고 사회적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 모두 시장 경제 하에서 '연대의 경제' 체제를 유지해나가는 것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성공의 반열에 오른 사회적 경제 모델이 오히려 사회적·경제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움직이는 데 소극적으로 변해간다는 부분을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사회적 금융이 꾸준히 활성화돼야하는 이유를 역설했다.
기조연설에 나선 클리포드 로젠탈 미국 지역개발신협연맹 전 대표는 "미국의 경우 2009년 경기 대침체를 통해 금융 시스템이 파산 직전까지 내몰렸고 이것은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기존 은행보다 대부분 생존율이 높았던 우리의 임무는 이제 효과적 대안인 사회적 금융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시장 경제 속에서 이러한 '연대의 경제'를 유지하면서도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것에 꾸준히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관건"이라고 밝혔다.
콘퍼런스는 이른바 '윤리적 은행'과 사회혁신기금·지역 공동체 기금 조성, 금융 협동조합 등 섹션을 나눠 주제별로 진행됐다. 국내에서 다양한 사회적 금융 모델을 제시하고 발전시키고 있는 이들도 콘퍼런스 단상 위에 올랐다.
이름은 다르지만 저마다 각종 대출과 주거 비용 등에 허덕이는 '가난한' 청년들에게 저렴하게 돈을 빌려주거나 내 집 마련을 위해 돕고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추구하고 있다. 8개국의 사회적 금융 글로벌 리더들과 국내 대안 금융 관계자들이 사회적 금융의 나아갈 길에 대해 토론하는 '멘티·멘토 테이블'이 진행되기도 했다.

#경기도의 '사회적 금융'은
콘퍼런스 마지막 날인 27일 경기도는 '경기도 사회적금융 도입을 위한 실천 선언'을 채택했다.
앞서 도의회는 지난해 8월 도 차원의 '사회적 경제 기금'을 조성토록 '경기도 사회적 경제 육성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개정한 바 있다. 도 역시 지난 8월 도의회 여야와의 2기 연정 합의를 통해 해당 기금으로 사회적 기업·마을기업·협동조합 등을 육성하기 위한 지원 사업을 확대키로 했다.
이 같은 사회적 경제 기금이 도내 지역 공동체를 발전시키는 밑거름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내년에 10억원을 편성해, 도 사회적 금융의 첫 단추 격으로 운용될 예정이다.
콘퍼런스를 통해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경기 Co-op 협동조합' 조성 방안을 밝히기도 했다. 주거 지원, 도농 교류 조성, 미래혁신교육 등 10가지 협동조합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인데, 그 중 한 축이 '따복 부동산 신탁회사'로 일컬어지는 사회적 금융 플랫폼이다. 은행의 형태를 띠었던 사회적 경제 모델과는 다르게 '부동산 투자 신탁회사' 형태라는 게 큰 특징이다.
조성된 협동조합들이 지속가능한 발전 방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운영 자금 뿐 아니라 가게·공장 등 생산·판매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류인권 도 따복공동체지원단장은 "사회적 금융 시스템은 도의 따복공동체 생태계 조성에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시스템 도입이 왜 필요한지 이해를 높이고 민·관이 함께 사회적 금융 활성화에 대한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