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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스토리]'고장철 논란' 인천도시철도2호선

쫓기듯 출발한 열차… 시민 안전 뒤로한 채 달린다

'무인 시스템' 다른 지역 경전철도 고장 몸살
이슈&스토리 인천도시철도2호선
관제, 신호, 차량, 통신, 전기, 소방, 궤도부문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특별점검 전문위원들이 시설 확인을 하고 있다. /경인일보 DB

개통날부터 멈춰선 전동차 104일간 13차례 사고
교통공사, 탈선사고 훈련 상황으로 은폐 시도도
40일 그친 영업시운전 일부 문제 원인조차 몰라

부산~김해·의정부·용인도 초기 잦은 말썽
차체·선로 부착 '센서 문제' 주원인 지적도
인천2호선, 안전위-시민단체 결합 검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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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0일 개통한 인천도시철도 2호선은 하루 평균 10만 명이 넘는 시민이 이용하면서 3달 만에 누적 승객 1천만 명을 돌파했다. 그럼에도 인천 2호선은 '시민의 발'이라 불리기보다는 '고장철'이란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개통 이후 104일간 13번의 크고 작은 고장·사고가 일어나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8일에 한 번꼴로 전동차가 멈춘 셈인데, 또 언제 사고로 멈출지 모른다는 시민들 불안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인천교통공사가 차량기지에서 발생한 탈선 사고를 훈련 상황으로 조작해 발표했다가 뒤늦게 들통 나면서 인천 2호선 운영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인천교통공사는 기자회견 등을 통해 "시민들이 안전하게 인천 2호선을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했지만, 최근까지도 전동차 운행 중단 사고는 여전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천 2호선 개통 이후 일어났던 각종 사고를 되짚으면서 사고 원인은 무엇인지, 다른 지역 도시철도 사례는 어떤지, 전문가들은 어떤 대책을 주문하는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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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교통공사 이중호 사장(오른쪽부터), 이광호 경영본부장(당시 사장 직무대행), 조신구 기술본부장이 지난 10월 6일 인천시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에게 사죄의 인사를 하고 있다. 인천교통공사는 지난 8월 인천도시철도 2호선 운연역 차량기지에서 일어난 전동차 탈선사고를 '훈련 상황'인 것처럼 조작했다가 들통 나 파문을 일으켰다. /경인일보 DB

# 인천 2호선 '고장철' 오명 쓰기까지

지난 8월 7일 오후 9시 30분께 인천 2호선 운연역 차량기지로 진입하던 두 량짜리 전동차가 갑자기 바퀴에서 불꽃을 내면서 탈선했다. 전동차 주변으로 연기도 치솟았다. 운연역 차량기지 내 CCTV에 찍힌 영상 속 장면이다. 이 영상은 탈선사고가 난 지 두 달 뒤에 국회 국정감사에서 뒤늦게 공개돼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사고 의혹이 제기됐지만, 인천교통공사는 탈선사고를 가정한 훈련 상황이라고 인천시와 국토교통부 등에 허위 보고하고, 거짓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인천 2호선을 운영하는 공공기관으로서 시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인천교통공사가 시민을 감쪽같이 속인 것이다.

인천시와 교통공사는 탈선사고 은폐 책임을 물어 인천교통공사 임원 2명을 해임하고, 관련자들을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2조2천억원이 넘는 막대한 혈세가 투입된 인천 2호선의 부실한 운영 실태가 명확하게 드러난 사례다.

인천 2호선은 개통 첫날부터 말썽을 일으켰다. 서구청역~인천가좌역 5.1㎞ 구간 6개 정거장에 전력 공급이 갑자기 끊겨 양방향 전동차 운행이 중단됐고, 이 여파로 다른 전동차의 추진출력이 떨어져 운행을 멈추는 등 개통일에만 6건의 사고가 발생해 1시간 넘게 인천 2호선을 운행하지 못했다.

8월 3일 새벽에는 인천시청역에 도착한 전동차의 출입문이 2~3분이 지나도 열리지 않아 승객이 직접 비상 스위치를 눌러 강제로 개방해 빠져나오는 일도 있었다.

무인시스템인 인천 2호선은 한 곳에서 고장이 발생하면 전 구간 전동차가 멈추도록 설계됐다. 작은 고장이나 사고에도 인천 2호선을 이용하는 모든 승객이 운행 중단에 따른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부실시공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1시 46분께 서부여성회관역 인근에서 시스템 장애가 발생하면서 전 구간 운행을 중단했다가 2시간여 만인 4시 25분께 운행을 전면 재개했다. 선로전환기 고장으로 선로가 제대로 전환되지 않은 것이 원인이다.

인천교통공사는 사고 원인 조사 과정에서 과전압을 방지하는 부품인 '퓨즈'의 용량이 인천 2호선 설계도면 상 기준 용량인 2A(암페어)보다 절반가량 낮은 1A로 설치된 것을 확인했다.

설계도면 용량보다 낮은 과전압 방지 부품을 설치한 것이 사고가 발생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게 교통공사 설명이다. 또 일부 장비의 설치 상태도 불량이 있었다.

며칠 지나지 않은 지난 5일에도 선로에 전력공급을 하는 장치의 보호덮개를 설치하는 공사 차량이 고장 나 출근 시간대 전동차 운행이 중지되기도 했다. 전력공급장치 선로보호덮개 설치공사의 경우, 전체 66.260㎞ 가운데 39.128㎞만 설계돼 운영을 시작했다. 인천교통공사가 잔여 구간 공사를 벌이다가 공사 차량 타이어가 터져 전동차 운행이 지연되는 사고가 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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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0일 '안전한 인천지하철2호선 개통을 위한 인천시민대책위'가 인천시청 기자회견장에서 탈선사고 조작 규탄 책임자 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인일보 DB

# 개통 전부터 끊이질 않은 논란

인천 2호선에서 각종 고장이나 사고가 잇따르는 것은 이미 확정한 '개통일'을 맞추기 위해 점검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특히 영업시운전 기간이 짧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 2호선은 올 6월 1일부터 7월 10일까지 40일간 영업시운전을 했다. 영업시운전은 승객이 전동차에 타는 상황을 가정해 운행하면서 문제점 등이 없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인천 2호선 시공 주체인 인천시 도시철도건설본부는 시운전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모두 보완해 운행에 문제가 없다고 확인한 내용을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 국토부는 운행을 승인했고, 인천 2호선은 개통하게 됐다.

그러나 인천시의회 일부 의원들은 영업시운전 기간이 지나치게 짧고, 시운전 결과보고서를 상세히 공개하지 않는 등 문제점을 숨긴 채 개통을 강행한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결국 개통 이후 각종 고장이 발생했고, 전동차와 신호시스템 간 통신이 끊기는 이른바 '타임아웃' 등의 문제점은 여전히 원인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전동차 교통약자 이용 공간에는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 붙잡을 수 있는 '안전바'가 설치되지 않는 등 장애인 편의시설이 미흡해 개통 전부터 장애인단체의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인천교통공사는 최근 모든 전동차에 '안전바'를 다시 설치했지만, 사전에 장애인 편의를 고려하지 않고 설계해 예산을 낭비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인천시는 가정오거리 일대(현 루원시티) 도시재생사업, 경인고속도로 간선화(일반도로화) 등 각종 개발사업과 연계하기 위해 2005년 인천 2호선 노선을 경인고속도로 밑으로 넣었다.

그러나 개발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으면서 석남역·서부여성회관역·인천가좌역 등은 인적이 드물고 버스도 다니지 않는 데다가 통로조차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기형적인 '외딴 역'이 돼버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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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 타 지역 경전철도 처음엔 '고장철'

인천도시철도 2호선은 개통 100일이 넘는 동안 13차례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열흘에 한 번꼴로 열차 운행이 중단된 셈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이었다. 인천교통공사는 무인 경전철은 개통 초기 시스템 불안정화 등의 이유로 고장이 잦다는 해명을 했다.

무인 경전철이 국내에서 상업운행을 하고 있는 곳은 부산~김해경전철, 의정부경전철, 용인경전철 등이다. 이들 경전철의 공통점은 개통 초기 툭하면 멈춰서 '고장철'이란 별명이 붙었다는 것이다. 부산김해경전철은 국내에 최초로 도입한 무인 경전철이다.

1조원이 넘는 민간 자본이 투입돼 건설됐으며, 부산 사상역(서부터미널)~김해 가야대역 23.9㎞를 잇는 경전철이다.

지난 2011년 9월 16일 개통식을 갖고 다음 날(17일)부터 정상 영업 운행을 했지만, 개통 초기 부산김해경전철은 크고 작은 운행 중단으로 시민들의 불만이 높았다.

특히 개통 첫날인 2011년 9월 17일 오후 2시 45분께 김해 불암역에서 출입문 잠금 스위치 불량으로 6분간 열차 운행이 지연됐다. 같은 달 24일에도 부산 김해공항역에서 스프링 파손으로 5분간 열차가 멈춰서는 등 잦은 열차 운행 중단 사고가 이어졌다.

결국, 잦은 열차 운행 중단 사고로 부산김해경전철운(주)는 무인 경전철에 운행안전원 66명을 탑승시켜 사고 발생 때마다 수동운전으로 전환해야만 했다.

수도권의 첫 무인 경전철인 의정부경전철은 총 사업비 5천477억원을 투입해 경기도 의정부시 발곡역~탑석역 10.6㎞를 잇는다. 지난 2012년 7월 1일 첫 영업 운영을 시작했으며, 2량 1편성으로 운행되고 있다.

의정부경전철도 '완전자동 무인운전 시스템'을 내걸었지만 개통 첫해 비상제동 감지장치 이상(7월 14일), 배터리 방전(9월 7일), 집전장치에 눈이 쌓여 전력공급 중단(12월 5일) 등 사고가 이어졌다.

감사원은 2013년 의정부경전철에 대한 감사를 벌여 차량 성능시험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영업 시운전을 시행한 사실을 적발하기도 했다.

수도권의 또 다른 경전철인 용인경전철은 2013년 4월 26일 개통식을 갖고 본격적인 상업 운행을 시작했다. 용인경전철은 부산김해경전철, 의정부경전철과 달리 1량 1편성으로 운행한다.

기흥역~전대·에버랜드역 36㎞를 연결하는 용인경전철도 완전자동 무인운전 방식으로 설계됐지만, 개통 첫해 통신 장애와 전원공급장치 이상 등의 문제로 10여 분 이상 운행이 멈추는 사고가 6차례 발생했다.

세 곳의 경전철 모두 무인 시스템으로 설계돼 운영을 시작했지만, 개통 초기에 발생한 잦은 운행 중단 사고는 경전철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을 여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시운전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과 함께 일각에서는 무인 경전철 운영을 위해 선로와 차량에 설치한 센서와 운영 프로그램 간 발생하는 오류를 문제점으로 지목하고 있다.

무인으로 운행하는 경전철은 차체와 선로 곳곳에 다양한 목적의 센서가 설치돼 있다. 이 센서들은 열차에 전력을 공급해 움직이게 하거나, 선로에 장애물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등의 역할을 한다.

경전철은 이 센서에서 보내는 신호를 받아 운영하는데, 센서에 이상이 감지되면 안전을 위해 전 구간 운행이 자동으로 정지하도록 설계돼 있는 것이다. 이 센서에서 발생한 고장이 경전철 운행 중단의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세 지역의 경전철 운영사는 운행 초기에 발생한 장애 부분에 대해 보완을 거치면서 운행 중단 사고는 줄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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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와 인천교통공사는 인천 2호선에서 각종 고장이나 사고가 이어지자 87명의 안전요원을 배치해 2호선 운행 중단 시 차량을 수동운전으로 전환하고 있다. 안전요원은 당초 개통 후 2개월간 한시적으로 투입될 계획이었으나, 잦은 고장·사고로 인해 계약 기간이 3개월 연장됐다.

인천시와 교통공사 등은 이 인력을 내년에도 계약직 형태로 고용한다는 방침이어서, 무인 경전철에선 쓰지 않아도 될 예산 약 67억원을 써야 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욱 큰 문제는 이 같은 인력 운용이 인천 2호선의 잦은 운행 중단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지난 2일 발생한 운행 중단 사고의 원인이 선로 전환기에 용량 미달의 퓨즈가 사용됐다는 점에서 운영만의 문제가 아니라 불량 부품, 부실시공 등의 의혹까지 불거졌다.

감사원은 지난 2013년 인천 2호선에 대한 감사를 벌여 인천시가 시공사인 현대로템과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차량수를 명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노선을 한 바퀴 왕복으로 운행하는 속도인 일주시간에 따라 차량수를 산출해 제안할 수 있도록 특혜를 줬다는 것이다.

인천 2호선은 일주시간이 99분으로 설계됐다. 현대로템은 일주시간을 맞추기 위해선 37편성 74량이면 충분하다고 산출했지만, 인천시 도시철도건설본부 조사에선 일주시간보다 5.9분 초과한 104.9분이 나왔다. 시는 현대로템에 일주시간을 지키지 못한 부분의 책임을 물어 6량 증차를 요구했지만, 현대로템은 납품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인천 2호선 개통 후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시민들은 시와 교통공사 등에 '인천지하철 안전위원회'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교통공사는 내부 임원과 외부 기술전문가 등으로 구성한 '안전관리체계위원회'에 시민사회단체가 결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박경호·신상윤기자 ss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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