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근대문학관 매월 낭독회 무대 오른 북칼럼니스트 박사

책 읽어주며 만난 인천 '설레는 도시'
입력 2016-11-16 22:54
지면 아이콘 지면 2016-11-1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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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미용실·노천시장 등 장소 안가려
소설속 배경 개항장 일대 직접 걷기도


"책(冊)의 재미를 알리고 싶어, 책 읽어주기를 시작했죠."

인천에 있는 한국근대문학관은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매월 마지막 수요일 마다 '책 듣는 수요일'이라는 독특한 시간을 가졌다. '눈' 대신에 '귀'로 책을 만나는 낭독회였다.



자리에 모인 사람들에게 정확한 발음으로 책을 읽어주는 여성이 있었는데, '북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박사(朴士·사진)씨였다. 박사는 그의 아버지가 직접 지어주신 본명이라고 한다.

서평이나 책 소개 글을 쓰는 북 칼럼니스트가 그의 본업이라면 책을 읽어주는 일은 그의 여러 '부업' 가운데 하나다. 방송과 온·오프라인 매체 등에서 북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10권의 책을 낸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3년 전인 11월 13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책 듣는 밤, 박사의 독야청청(讀夜聽聽)'이라는 행사를 기획하고 최근까지 술집·미용실·갤러리·독립서점·마을축제의 노천 시장 등 다양한 장소에서 사람들을 만나 책을 읽어줬다. 유명세를 타던 중 인천에서 책을 읽어달라는 한국근대문학관의 제안을 받았고, 그는 흔쾌히 수락했다.

그가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던 건 "사람들에게 책의 재미를 알려주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였다고 한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책의 재미를 느끼지 못해서 책을 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책이 주는 기쁨과 즐거움을 모두 함께 누리자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그가 밝히는 '사람들이 책의 재미를 알아야 하는 이유' 역시 명쾌했다. 북 칼럼니스트라는 자신의 직업이 사양직종이 되도록 내버려 두면 안된다는 위기의식이 있었다고 한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글을 쓰며 살고 싶어요. 하지만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으면 내 일도 사라질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을 계속하려면 책 읽는 사람들이 더 많아야 해요."

서울 토박이여서 다른 도시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다는 그는 5차례에 걸친 인천과의 만남이 너무나 행복했다고 한다. 김미월 작가의 '중국어 수업'에 등장하는 전철을 경험하고, 또 김금희의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의 배경인 개항장 일대를 직접 걸어보기도 했다. 낭독회를 찾아온 학생들에게서는 오히려 그가 에너지를 얻기도 했다.

그는 "인천이 엄청난 재미가 곳곳에 숨겨진 도시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인천과의 만남을 더 자주 갖고 또 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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