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시가 근대 개항기부터 인천에 묻힌 '청학동 외국인 묘지'를 시립장사시설인 인천가족공원으로 이장하면서 문화재적 가치가 큰 묘지 원형이 훼손될 처지에 놓였다. 기존보다 협소한 이전 예정지의 면적에 기존 묘역을 맞추다 보니 일부 묘지원형을 축소해 설계한 탓인데, 원형 그대로 보존하기 위한 설계변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인천시는 인천가족공원 2단계 사업의 일환으로 11억7천만원을 투입해 지난달부터 진행하고 있는 '청학동 외국인 묘지 이전사업'을 내년 1월 중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1일 밝혔다.
인천 연수구 청학동 일원 1만1천580㎡에 조성된 청학동 외국인 묘지에는 미국·영국·독일·러시아·이탈리아·프랑스·중국 등 개항기 인천에 살았던 외국인의 묘지 66기가 있다. 외국인 묘지는 1910년대 중구 북성동에 조성됐다가 1965년 현재 위치로 이전했다.
시는 외국인 묘지 주변에 주택가가 들어서면서 민원이 계속되고, 체계적인 관리가 어렵다고 판단해 묘지를 인천가족공원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인천가족공원 2단계 사업을 추진하는 인천시 종합건설본부를 통해 문화재 전문수리업체에 이전작업을 맡겼다. 현재 묘지 66기 가운데 절반 정도가 개장돼 이장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묘지를 두르고 있는 경계석 등이 설치된 7기는 이전 예정지 묘역 면적에 맞추기 위해 조성당시 설치한 경계석 등을 잘라 축소해 설계했다는 게 인천시의 설명이다. 1880년대에서 1910년대 사이 조성한 근대문화유산 원형을 훼손하는 셈이다.
청학동 외국인 묘지는 근대 시기 세계 각국의 묘지문화를 확인할 수 있는 장소이자 인천 개항장에서 활약한 주요 인물의 역사가 스민 곳이다. 작은 십자 묘석부터 둥근 원안에 십자가가 들어있는 형태의 켈틱 십자가 등 나라별 또는 종교별로 각양각색의 묘지가 있다.
전문가들은 청학동 외국인 묘지의 역사성과 문화재적 가치를 살려 원형 그대로 인천가족공원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인천도시인문학센터장은 "청학동 외국인 묘지는 이주자들의 도시였던 개항기 인천의 '다문화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문화적 유산"이라며 "한 치의 훼손도 없이 원형 그대로 보존하는 게 마땅할 듯하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